산업 기업

[기자의 눈] 심상치 않은 중국의 반도체 장비구입





글로벌 반도체 대전이 한창이다. 한국과 미국·대만의 내로라하는 반도체 업체들은 폭증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 치열하게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칩 제조에 쓰이는 반도체 장비도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이들은 미국 정부의 끊임없는 견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장비 구매 파워는 가히 압도적이다. 미국 램리서치와 KLA,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등 글로벌 주요 장비 업체 매출의 3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한다.



물론 중국에는 삼성전자 시안 공장,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대만 TSMC 등 국내외 업체의 해외 거점도 있다. 하지만 토종 중국 업체들도 뚜렷한 설비 증설을 진행하지 않는 중에도 장비 구매를 상당 수준 늘려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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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리서치 관계자는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2분기 매출 가운데 중국 매출이 37% 비율을 차지했는데 중국 회사와 다국적기업이 균형적으로 장비를 샀다”고 밝혔다. 다국적기업의 현지 설비투자를 제외하더라도 전체 장비의 약 20%를 중국 토종 업체들이 사들였다는 얘기다.

이렇게 중국 업체들이 장비 입도선매에 나선 것은 미국 정부의 견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이 각종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숨통을 조이자 강도가 더욱 심해질 것을 우려한 현지 업체들이 전(前)공정 장비를 미리 사들여 후일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대외 리스크 속에서도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가져오려는 ‘반도체 굴기’ 의지만큼은 꺾지 않겠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미국과 대만에서 새로운 첨단 반도체 팹이 우후죽순 올라가는 가운데 중국마저 장비 구매 속도와 기술 개발을 늦추지 않는다면 장비 공급 부족 현상은 향후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 평택·이천·용인 등을 중심으로 초격차 확보에 나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적잖은 변수가 될 것이다.

중국의 과감한 투자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국내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드는 방법이 최선이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는 물론 글로벌 업체들의 생산 현지화로 인력 유출 방지, 기술 초격차 유지를 도모해야 한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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