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소식에 원화 가치가 급락하며 17일 국내 증시는 3년 만에 처음으로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7원 30전 오른 1,176원 30전에 마감해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셀 반도체가 셀 코리아로 확대되며 0.89% 떨어진 3,143.09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외국인의 매도가 강해지며 2.86%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 증시가 2% 떨어진 것을 비롯해 홍콩·대만·일본 등 주요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하락했다. 미국의 테이퍼링 시그널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경고한 ‘퍼펙트스톰’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금융시장을 짓눌렀다.
이날 증시 하락은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셀 코리아 행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4,110억 원, 760억 원을 순매도하며 최근 6거래일간 총 7조 5,850억 원어치를 투매했다.
지난주에 이어 증시에서 외국인 ‘팔자’와 원화 약세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앞당길 것이라는 소식이 기름을 부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11월 테이퍼링을 시작해 내년 중반에 마무리하는 방안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검토하고 있다고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연준은 9월 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테이퍼링 로드맵을 공개할 계획이다. 자산 매입 축소 기간을 8~10개월로 잡아 이어질 기준금리 인상도 시장의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CNBC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이달 잭슨홀미팅(26~28일)에서 (9월 공식 발표를 위한) 테이블 세팅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테이퍼링 강도에 따라 신흥국들은 자본 유출 등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글로벌 금융시장도 요동칠 수 있다. 월가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겪었던 금융 리스크가 반복되지 않도록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은 기준금리 인상을 예정한 한국은행을 급하게 만들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수그러들었던 조기 금리 인상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예상된다. /손철·이승배 기자 뉴욕=김영필 특파원/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