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는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공공언어 속 외래어,전문용어,차별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는 노력을 확산하고자 ‘더 좋은 우리말’을 기획해 매주 연재합니다.
“야간 고속도로에서 ‘로드킬’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설날 고향을 오가실 때는 ‘블랙 아이스’에 주의하세요.”
고속도로 이용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 이 같은 안내 문구 속에서 외국어가 자주 발견된다. 야생동물이 도로에 뛰어들어 자동차에 치여 죽는 사고를 뜻하는 ‘로드 킬(road kill)’은 ‘동물 찻길 사고’로, 운전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도로 표면의 얇은 빙판을 뜻하는 ‘블랙 아이스(black ice)’는 ‘도로 살얼음’으로 바꿔 말하면 한결 이해가 쉬워진다. 이미 상당히 퍼진 용어들이지만 외국어가 친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나 건설현장과 관련한 공공용어에서 외국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껴 지난해부터 한글문화연대와 함께 전문용어 순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타이어 밀린 자국’이라 풀어 쓸 수 있는 ‘스키드 마크(skidmark)’나 ‘땅꺼짐’으로 순화할 수 있는 ‘씽크홀(sink hole)’ 등 영어를 그대로 받아들여 굳어진 사례를 바로 잡았다. 한자어와 영어가 결합된 ‘안전벨트’도 ‘안전띠’라는 더 좋은 우리말 표현이 가능하다.
건설현장 용어에서는 일본어 잔재가 유난히 많았다. ‘공구리’(콘크리트)를 비롯해 ‘준비’를 의미하는 ‘단도리’부터 ‘끝’을 뜻하는 ‘시마이’까지 언어생활 곳곳에 남아있는 일본어를 간단한 우리말로 대체하는 표준화 과정이 진행 중이다. ‘헤베’ 대신 ‘제곱미터’, ‘루베’ 대신 ‘세제곱미터’를 쓰고 ‘아시바’는 ‘비계’, ‘오야’는 ‘책임자’로 고쳐 쓴다면 건설 분야 전문가가 아니어도 한결 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순화 용어 작성 원칙’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 여러 의미보다는 하나의 뜻이 명확히 드러날 수 있는 말에 집중했고 현실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지를 고려해 의사소통에 가장 적절한 순화 용어를 선정하고자 했다.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 언어 문화 개선을 위한 공공기관의 긍정적 시도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