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짙어진 S의 공포…양극화에 4%대 성장도 비상"

['환율, 고물가에 기름 붓나' 전문가 진단]

휘발유 등 연료비 부담 가중 속

높은 환율, 물가 상승 자극 우려

4차 재확산으로 경기 침체되며

'K자형 양극화' 더 심화 가능성





원·달러 환율이 18일 장중 한때 1,180원에 육박하는 등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정부의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 들어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 등 연료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높은 환율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2%대의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코로나19 4차 재확산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졌다. K자형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정부가 목표로 하는 4%대 성장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다른 통화 대비 원화 약세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수출에는 나쁘지 않은 요소다. 수출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매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9.6% 늘어난 554억 4,000만 달러로 무역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56년 이후 월별 기준 최고치였다. 1~7월 누적 수출액도 3,587억 달러로 역대 1위였다.



문제는 최근 고물가 현상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높은 환율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원유를 수입해 생산되는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 등 국내 연료 가격은 국제 유가와 함께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이 올 1월 54.82달러에서 7월 72.93달러까지 오르는 등 국제 유가는 이미 상승세다. 이에 국내 휘발유 판매 가격도 5월 초부터 오르기 시작해 8월 둘째 주에는 ℓ당 1,647원 30전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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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며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7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2% 올라 2008년 12월(22.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대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이 풀려 있는데 수입 물가까지 오르면 물가가 크게 높아지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자금이 더 유출될 경우 환율은 더 크게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의 ‘소매업태별 판매’에 따르면 2분기 백화점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0.3% 증가한 반면 슈퍼마켓·잡화점 매출은 10.4% 감소하는 등 소비에서는 이미 ‘K자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김태준 동덕여대 국제경영학 교수는 “고환율로 수출이 좋아질 수 있지만 물가가 강세를 보이면 국민의 실질 소득 수준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자영업자와 대다수 근로소득자의 어려움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고사 상태에 놓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금리를 올리면 피해 계층이 더 큰 피해를 입는 딜레마가 생기는 만큼 선별 지원에 재정 정책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고 있어 어떤 자영업자가 더 타격을 입었는지 조준이 잘된 충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신속하게 지원하되 장기적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산업을 전환할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동산시장과 물가, 가계 부채, 좀비 기업 등까지 얽히고 설킨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통화 당국의 고심도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지금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찬바람이 부는 9월까지 간다면 거시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피하기 힘들다”며 “경기가 거리 두기 4단계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8월에,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하면 10월에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겠다”고 내다봤다.

세종=박효정 기자·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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