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차별 받는다고 느끼는 건 피해 망상일까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지음, 마티 펴냄





“(아이오와대학 문예창작 과정 동창인) 그는 내 첫 시집이 정체성 정치를 다루는 진부한 시라며 혹평했다. 그러더니 나와 리영 리(Li-Young Lee)를 비교하면서 (우리가 닮았을 뿐만 아니라 글도 비슷하게 쓴다나!) 능력이 중간치 밖에 안 되는 이 모든 소수자 시인, 그러니까 나 같은 시인을 전부 박멸해야 문단이 개선될 거라고 장담했다”



기분이 어땠을까? 알지도 못한 새 비판의 대상이 됐던 저자는 “화가 난 다기보다 마음이 상하고 수치심이 들었다. 심지어 약간은 작성자의 말이 맞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시인 캐시 박 홍은 자전적 에세이 ‘마이너 필링스(Minor Feelings)’에서 이 같은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마이너 필링스’를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소수적 감정’. 저자는 진보적 예술 교육으로 유명한 오벌린대와 아이오대를 거쳐 시인 겸 예술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고, 시사 잡지에서 시 담당 편집자로 일했으며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니 ‘성공한’ 이민자 2세의 조건은 다 갖춘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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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괜찮다고 하는데 자신만 느낀 ‘가상의 틱 장애’와 우울증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지난해 2월 미국에서 출간됐다. “차별 받는다고 느끼는 건 내 피해망상일까?” 되물으며 자꾸만 자신을 채근하던 저자가 의심을 분석으로, 분석을 분노로 옮겨가며 쓴 자전적 에세이다.

“나는 진지하게 시를 쓰기 시작한 이래로 부정확한 영어를 이용했다. 마치 아마추어 연주자가 전문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엉뚱한 부분에서 심벌즈를 울리듯 용어 선택을 실험했다”는 그는 “시인으로서 나는 지금까지 시종일관 영어를 권력 투쟁을 위한 무기로 사용했고, 나보다 더 힘센 자를 상대로 그 무기를 휘둘렀다”고 고백한다. 아시아인의 차별 경험을 시로 쓰면 ‘또 인종 얘기냐’며 한쪽으로 내몰렸고, 세계화·자본주의·환경 등을 소재로 삼으면 ‘비(非)백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담론’ 취급을 받았다. 그 모순된 현실을 저자는 이민자였던 자신의 부모 세대를 넘어 중국인 이민자, 흑인에 대한 차별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짚어본다. 그리하여 남들은 잘 못 느꼈거나, 느낄지언정 묻어뒀던 ‘사소한 감정’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라 뿌리 뽑힌 이민자, 백인 아닌 미국인이 느낄 수밖에 없는 ‘소수적 감정’임을 확인시킨다.

스며드는 공감이 꼭 한국인이라서만은 아니다. 남들은 인지조차 못한다는 데 유독 ‘느끼는’ 게 더 많은 사람들의 속앓이 같은 불편함까지도 어루만지기에 울림의 방향이 여럿이다. 책은 코로나19가 막 시작되던 때 출간돼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극에 달했던 시기에 많이 읽혔으며 영화 ‘미나리’의 숱한 수상 행진 때도 함께 언급됐다. 이 책은 지난해 ‘뉴욕타임스’ 논픽션 분야 베스트셀러 등 각종 유력지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퓰리쳐상 파이널리스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등을 휩쓸었다.

절절함이 누적된 글을 쓰면서도 저자는 “나 자신의 인종 정체성을 내 나름대로 솔직하게 성찰하고 따져본 결과물”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또한 “나는 남들에게 좀 더 이해 받고 눈에 덜 안 보이는 존재가 되고자 이 책을 썼다. 한국 독자들이 아시아인을 예속시켜온 백인 우월주의의 복잡하고도 견고한 근원을 더 잘 파악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만7,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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