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25개월 된 아이가 일명 ‘나가자 병’에 걸렸다.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밖으로 나가자고 조른다. “나가자”는 말은 아직 하지 못한다. 의사 표현 방식은 몸짓이다. 손을 동그랗게 오므려 입을 감싸는 것. 그것이 아이가 밖에 나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는 방법이다.
야외에서 주변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사진을 찍기 위해 아이의 마스크를 잠시 내렸다. 아이는 마치 큰일이 났다는 듯이 ‘대성통곡’을 했다. 아이에게 이미 마스크는 몸의 일부가 돼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귀여워 그저 웃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가엾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잘못은 어른들이 했는데 고통은 아이들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바로 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 연구 결과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인간이 먹거나 접촉한 야생동물에서 비롯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바이러스의 습격은 인간의 탐욕이 부른 일종의 비극인 셈이다.
오판도 잘못이라고 친다면 어른들의 잘못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해 백신 도입을 방역과 치료제 개발 뒤에 두는 오판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방역과 치료제 개발로는 코로나19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전략의 우선순위에 백신을 뒀어야 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과거 방역 대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비판 하나를 보태고자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비판을 하나 더 추가한다고 해서 아이에게 잃어버린 ‘1년 7개월’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비판보다 기자가 하고 싶은 것은 어린 나이에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이른바 ‘코로나 키즈’의 정상적 성장을 위한 제언이다.
영유아는 지난해 1월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외부 활동 제한으로 신체 발달 지연,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언어 발달 지연, 또래와의 접촉 제한 등에 따른 정서적·사회성 발달 지연 등 크게 세 가지 문제를 겪고 있다. 해결 방안은 이미 전문가들과 교육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6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연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미친 영향과 그 해법을 모색한다’ 토론회 등을 통해 제시했다.
정부 등이 신체·정서적 발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유아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생태 학습장이나 키즈 카페 이용을 지원한다면, 언어 발달이 늦은 아이를 위해서는 독일이 시행하고 있는 개인 맞춤형 튜터제(도우미제)를 도입한다면, 여러 발달 지연 해소를 위해 교사 대 아이 비율을 축소해 보육의 질을 개선한다면, 어른들의 잘못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