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미흡' 인정한 정부

초안 작성했던 환경부 온실센터

"국가 에너지 연계 미흡했다"며

보완·개선 위한 연구용역 발주

與는 온실가스 절감 법안 강행

산업생산 차질 우려 목소리 커

국내 대표 산업인 제철소도 정부의 탈(脫)탄소 과속 대책에 따라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한 제철소의 내부 모습. / 서울경제DB국내 대표 산업인 제철소도 정부의 탈(脫)탄소 과속 대책에 따라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한 제철소의 내부 모습. / 서울경제DB




정부와 여당의 탈(脫)탄소 과속이 잇달아 파열음을 내고 있다. 충분한 숙의나 사회적 합의 없이 목표치를 급조해 산업계는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지난 2018년 대비 35% 이하로 절감하도록 명문화한 법안을 단독 통과시켜 탄소 중립 목표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환경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최근 ‘탄소 중립 시나리오 개선을 위한 상향식 통합모형 구축’이라는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온실센터는 이달 초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내놓은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작성한 곳이다.



온실센터는 용역 과업지시서에서 “시나리오 작업반이 부문별로 운영되면서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국가 전체 에너지 흐름 간 연계가 부족했다”며 “각 산업 부문의 감축 기술 실태와 동향에 대한 정보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자평했다. 이번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정합성이 떨어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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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번 시나리오는 경제 생태계를 에너지전환·산업·수송·건물 등으로 나눈 뒤 부문별로 ‘톱다운’ 방식의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실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령 원전을 지금처럼 축소해나갈 경우 원전뿐 아니라 주변 산업과 노동 시장 재편 등을 반영해 이산화탄소 감소량을 추산해야 하는데 현재 시나리오는 이 같은 총체적 분석이 포함되지 않은 급조 대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소 터빈 등 상용화 가능성이 불투명한 기술도 시나리오에 마구잡이로 포함시켜 2050년 국내 전력의 최대 92.2%를 태양광·풍력·암모니아 등에 맡긴다는 목표가 나오기도 했다. 한 번 만들어진 시나리오는 5년 뒤에나 개정되기 때문에 그동안 올해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0 NDC나 국가 중장기 전력수급계획 등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우리 산업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당장 2030 NDC를 35% 이상으로 높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 19일 새벽 국회 환노위를 통과하면서 주력 산업의 생산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당정 간 협의에서 최대 42.5%의 감축 목표치가 논의되고 있어 최종 시행령에는 이보다 높은 목표치가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부가 인위적인 산업 생산량 감축이나 전력 수급 공백 없는 감축률을 32.5%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보다 높은 감축 목표가 설정되면 감축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공정 가동률을 인위적으로 낮춰야 한다. 40%를 웃도는 감축 목표치가 설정될 경우 지금보다 산업 생산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공장 가동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신규 투자를 ‘올스톱’해야 한다는 게 산업계의 우려다. 또 감축 목표 상향에 따라 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발전소가 우선 퇴출되면서 전력 수급 문제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발전 단가가 저렴한 석탄 발전이 조기에 폐쇄되면 전기료가 오르면서 국민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행 비용이나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과 산업계의 의견을 우선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서일범 기자·세종=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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