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 5단지’는 지난 4월과 5월 6억~9억 원대 거래가 총 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6월과 7월에는 8건으로 4배가량 늘었다. 가격도 크게 뛰었다. 이 단지 전용 44㎡는 5월만 해도 신고가가 5억 6,000만 원이었지만 불과 두 달 뒤인 7월에는 6억 7,000만 원에 손바뀜됐다.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이후 ‘패닉바잉(공황매수)’ 수요가 6억~9억 원대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서울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 등 수도권에서 6억~9억 원대 아파트 거래 비중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7월 거래 34%가 6~9억=국토부 자료를 보면 6억~9억 원대 거래 비중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늘어났다. 우선 수도권 전체로는 이 비중이 올 5월 18.2%였지만 6월 21.9%, 7월 24.6% 등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6억 원 미만 아파트 거래 비중은 줄었고 9억~12억 원 아파트 비중은 1.6%포인트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거래 증가 대부분이 6억~9억 원대 인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의 경우 6억~9억 원 아파트 비중은 1월부터 5월까지 줄곧 2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6월에는 32.3%, 7월에는 34.7%를 기록했다.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5월 17.0%였던 경기도 6억~9억 원 아파트 거래 비중은 7월 23.3%를 기록해 두 달 만에 6.3%포인트 증가했다. 인천에서는 6억~9억 원 비중이 4월에는 6.7%였지만 7월에는 17.5%로 늘어났다.
◇중저가 키 맞추기 퍼지나=앞서 정부는 5월 31일 가계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으며 부부 합산 연 소득이 9,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한 대출 혜택 기준을 종전 6억 원 이하에서 9억 원 이하 주택(투기과열지구 기준)으로 높인 바 있다. 이 정책은 7월 1일부터 시행됐지만 혜택 적용 기준 시점이 주택 매매 계약일이 아닌 대출 신청일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계약은 6월에 체결하고 대출 신청은 7월 이후로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규제 완화 여파는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평균·중위 매매가격이 6억 원대인 서울 노원구는 5~7월 가격이 3.2% 오르며 서울 자치구 기준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6억~9억 원대 거래 비중은 5월 42.8%에서 7월 56.6%로 급증했다. 반면 6억 원 미만 아파트 비중은 급감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가격이 10.6% 오르면서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안양 동안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안양 동안구 아파트의 평균·중위 매매가격은 7억 원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무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대출 규제 완화를 해주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수도권 저가 주택의 가격이 6억~9억 원대의 중저가 구간으로 수렴해가는 현상의 배경에 규제 완화가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