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으로 비재무정보 분야까지 감사 업무가 확대될 수 있다는 회계학계의 전망이 나왔다. 영국에서 재무제표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에 대한 인증(assurance)까지 검증 범위를 넓히는 ‘확대 감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20일 한국회계학회가 개최한 ‘영국 회계개혁 추진과 시사점’ 웹 세미나에서 “영국의 회계 개혁이 우리나라에 반영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 부분이 비재무정보 인증 부분”이라며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정보 다양성이 커지고 이에 대한 인증 수준이 높아지고 있어 감사인의 업무 범위 확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영국의 회계개혁 전반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영국에선 대형 백화점 체인 BHS의 부실감사 사건, 건설 분야 2위 기업인 카릴리언의 외부감사 적정성 논란 등 각종 회계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강도 높은 회계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회계 당국·업계에서도 영국의 회계제도 개혁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위치해 있는데다 국제회계기준(IFRS) 규범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세미나 역시 금융위원회에서 한국공인회계사회에 관련 연구 용역을 맡긴 결과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영국 회계개혁 프로그램 중에서도 ‘확대 감사’ 도입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법정감사는 공인회계사가 담당하고, 비(非) 법정감사 부문에서의 감사·인증 정책은 별도의 기업 감사 전문가가 맡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영국은 별도의 전문가 기구 설립을 제언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기업 정보가 ESG·문화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전체 감사 규제 체계를 도입하자는 것이 영국 측의 새로운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역시 제도 도입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ESG 제도 공시 핵심은 결국 그린워싱 방지인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인증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도 2조 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ESG 공시가 의무화되는 2025년에 (공시 인증 제도와 관련해) 선택의 기로에 설 텐데 영국이 참고사항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비재무정보 인증·감사가 본격화할 경우 기업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은 쟁점으로 꼽혔다. 이 교수는 “비재무정보 인증 범위를 넓히고 이에 대한 기업 감사인의 인증을 받는 부분은 기업의 재무보고 비용을 상당 부분 올릴 우려가 있다”고 해석했다.
비재무정보에 대한 검토가 ‘인증’에서 ‘감사’ 수준까지 올라가기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만약 ESG에 대해서도 재무제표와 동일 수준에서 감사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장기적으로 ESG ‘감사’까지 이뤄질 것 같긴 하나 아직 도입을 얘기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