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중국마저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에 장중 원·달러 환율이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1,180원대를 돌파했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을 통해 막아섰던 1,180원대가 힘없이 뚫리면서 환율이 단기간에 1,2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원 40전 오른 1,179원 60전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9월 14일(1,183원 50전)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30전 오른 1,178원 20전으로 출발해 장 초반까지 하락세를 보였으나 오전 10시 이후 급등하면서 1,180원까지 상승 폭을 키웠다. 하지만 장 후반 상승 압력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간신히 1,180원대 밑에서 마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시장 기대와 달리 동결하자 긴축 우려가 나오면서 국내 증시 하락과 함께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에 따른 달러화 강세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로 인한 원화 약세가 겹치며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문제는 환율이 지난 6일(1,142원) 이후 2주일 만에 약 40원이나 급등하는 등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1,180원 이후 저항선이 없는 만큼 환율이 1,200원까지 단숨에 오를 것으로 본다. 다만 이를 우려한 외환당국이 미세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원화 약세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반적인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인해 실질적인 경기회복이 되지 않았음에도 과도한 경제 자신감으로 인한 원화 절상이 크게 진행됐던 것”이라며 “무역수지 흑자 감소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경제활력이 저하돼 추가적인 원화 약세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