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동십자각] 그때는 옳았고 지금은 틀리다

강동효 정치부 차장





추석을 앞두고 있으니 청탁금지법 선물가액을 두고 또다시 소모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이 추석 명절 선물가액을 현행 10만 원에서 상향 조정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경제가 걸려 있으니 지자체장도 적극적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최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찾아가 선물가액 한도를 두 배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청탁금지법을 만드는 데 앞장섰던 국회의원들은 지역 현안을 해결한다는 이유에서 더 적극적이다. 1차산업 종사자가 많은 곳의 지역구 의원은 명절만이라도 선물가액 한도를 올리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주무 부처인 권익위는 곤혹스럽기만 하다. 이미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명절에 한시적으로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을 20만 원으로 올리는 시행령을 두 차례 개정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또 시행령을 임시로 바꾼다면 제도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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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변은 농축수산업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위기 속에 우리 농축수산농가가 생업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고, 송재호 민주당 의원은 “공정 사회와 함께 더불어 잘 사는 공동체를 위해 농수산계의 고충을 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 제정 당시로 돌아가 보자. 당시 농림축수산 업계는 현재보다 더 강한 어조로 소비 위축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법 제정을 강행했고 선물가액도 엄격하게 맞춰놓았다. 불과 5년도 안 됐는데 이번에는 정치권에서 앞장서서 제도 완화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때는 옳았고 지금은 틀리다는 것인가.

이는 앞뒤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인 입법의 폐해라고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법을 만들 때는 수용성과 사회적 파장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데 선한 입법 취지만 강조하다 보니 나타난 결과다. 어디 청탁금지법만 그렇겠는가. 군사작전하듯 앞뒤 고려 없이 속전속결 처리 중인 ‘언론중재법’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법이 권력자에 대한 감시 기능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최대 다섯 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열람차단청구권 등 권력을 쥐고 있는 측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제압할 수 있는 보호막이 지나치게 강하다. 이 때문에 여권 성향의 진보 언론과 언론 유관 시민 단체조차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여당이 야당의 위치로 바뀐 뒤에도 과연 이 법을 옹호하고 있을지 의문이 든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런 말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표시했다. “우리가 좋은 의지로 통과시켰는데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들이 있습니다. 개혁의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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