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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패러독스 극복 못 하나…GDP 대비 R&D 예산 세계 최고이나 성과는 14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조사

OECD 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 8위

양적 투자는 많지만 질적 성과 부족

OECD 국가별 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 /출처=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OECD 국가별 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 /출처=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혁신역량 평가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비중은 세계 최고이나 비판적 사고 교육, 연구 논문 피인용률, 법·제도 지원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정부가 R&D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배정하지만 기술 사업화를 통한 경제성장 성과라는 선순환이 원활치 않은 현상인 ‘R&D 패러독스’를 보여준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원, 기업에 지원하는 R&D 예산을 올해 27조3,000억원에서 내년 29조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23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2020년 국가 과학기술혁신역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과기혁신역량지수(COSTII)는 12.246점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 평가 대상국 중 전년보다 한 단계 순위가 하락해 8위를 기록했다. OECD는 37개국이 가입돼 있으나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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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KISTEP이 2006년부터 매년 산출하는 COSTII를 참고해 과기 정책 방향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이 조사는 자원(인적자원·조직·지식자원), 활동(연구개발·창업 활동), 네트워크(산학연 협력· 기업 협력·국제 협력), 환경(지원제도·물적 인프라·문화), 성과(경제 성과·지식 창출) 부문의 13개 항목, 31개 지표를 측정한다.

부문별 순위의 경우 우리나라는 활동 3위, 자원 6위, 네트워크 7위였으나 환경 23위, 성과 14위로 부문 간 불균형이 드러났다. 세부 지표별로는 GDP 대비 정부 R&D 예산과 하이테크 산업의 제조업 수출액 비중이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각각 1위에 올랐다. 인구 만 명당 연구원 수, GDP 대비 R&D 투자 총액 비중, 연구원 1,000명당 산학연 공동특허건수, 산업부가가치대비 기업 R&D 투자 비중도 2위로 순위가 높았다.

하지만 교육 방식에서 비판적 사고 장려 정도, 연구원 1인당 SCI 논문 수와 인용도, 법·제도적 지원 정도는 각각 31위, 29위, 25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지표별 불균형이 심각했다.

이번 조사에서 종합 점수가 가장 높은 곳은 미국(18.702)이며 스위스(14.577점), 네덜란드(13.086점), 일본(12.880점), 독일(12.716점), 이스라엘(12.566점), 룩셈부르크(12.359점) 순으로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높았다. 전년 대비 점수 상승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룩셈부르크로 지난해보다 점수가 9.04% 뛰어올랐다. 다만 룩셈부르크는 측정이 불가능한 일부 지표가 교체되며 점수와 순위가 크게 상승했다는 게 KISTEP의 설명이다. 미국(7.95%), 이스라엘(7.48%)과 우리나라(7.20%)도 점수 상승률이 높았으나 룩셈부르크가 급부상하며 우리나라의 순위가 한 단계 밀렸다. 최근 3년간 COSTII 10위권 국가의 구성은 동일하고 순위의 변동만 존재하지만, 3위 네덜란드부터 8위 한국까지 점수 차이가 1점 미만에 불과하다.

KISTEP은 “각국 간 과학기술 혁신 역량 경쟁이 치열해 노력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의 성과가 향상돼도 다른 국가에 의해 순위가 추월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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