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인돌2.0] “사이비 과학이 뭔지 잘 알게 됐어요”

고척도서관이 마련한

강경표 연구원의 ‘좋은 과학, 나쁜 과학’

서울 문일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이비 과학의 위험성을 살펴보는 시간 가져

강경표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연구원이 지난 20일 서울 문일고등학교에서 열린 강의에서 사이비 과학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상경제연구원강경표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연구원이 지난 20일 서울 문일고등학교에서 열린 강의에서 사이비 과학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20일 2학기 개학을 맞은 서울 문일고등학교 도서반 학생들이 학교 본관 3층 교실에 모였다. 과학정보의 이면을 탐색하는 특별한 강좌가 열렸기 때문이다. 해당 강좌는 고척도서관이 지역 청소년의 인문학 사고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강경표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연구원이 강의를 맡았다.



강 연구원은 “과학 분야는 전문적이고 복잡해 비전공자들이 과학 관련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 같은 점을 악용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정보를 과학 이론과 교묘하게 엮어 상업적·정치적·종교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유사 과학’ 또는 ‘사이비 과학’이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사이비 과학의 대표적인 사례로 라돈침대 사태를 꼽았다. 그는 “음이온이 나오는 침대를 만들기 위해 모자나이트라는 광석을 사용했는데 여기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됐다”며 라돈침대 사태의 발생 경위를 설명했다.



음이온은 양이온의 반대로 중성의 입자가 전자를 잃어 음전하를 띠게 되는 물질이다. 2000년대 초반 음이온을 쐬면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유행하면서 음이온이 나온다는 광고를 앞세운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하나가 수면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음이온 침대였다. 강 연구원은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라돈 등의 방사능에 오염된 침대가 대량 유통되는 결과를 만들었지만 어디에서도 음이온이 인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며 “가짜 과학 지식이 만들어 낸 허위 광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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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연구원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 차단 패치, 다이어트 보조제 등을 예로 들며 “일부 기업들이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사이비 과학으로 허위 광고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광고에 과학적으로 권위 있는 사람을 등장시켜 소비자를 현혹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이 사회의 혼란을 일으키는 허위 광고 상품들에 대한 과학적 입증이 즉각적으로 행해진다면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연구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과학 분야의 특성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사이비 과학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학 저널리스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과학 저널리스트들은 복잡한 과학 지식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사람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이비 과학에 속지 않도록 도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과학과 연결된 광고나 정보를 접할 때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따져볼 것”을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고척도서관이 마련한 강 연구원의 ‘좋은 과학, 나쁜 과학’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문일고 2학년 신건희 군은 “구체적인 사례로 허구적인 과학지식에 대해 설명해 주셔서 이해하기 쉬웠다”며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과학 정보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고 강의를 들은 소감을 밝혔다. 2학년 방지은 군은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얻게 돼 흥미롭고 유익한 강의였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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