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그널FOCUS] 신생 PE의 빅딜 성사…테일러메이드 2兆 M&A의 숨은 조력자들

테일러메이드 M&A 성사 후일담

대형 운용사 아성 깬 센트로이드PE

공제회 투자 참여 현재도 진행 중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조 원 단위 거래는 대기업이나 대형 블라인드 펀드를 갖추고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몫이었다. 최근 성사된 미국 테일러메이드 M&A는 그간의 관행을 깬 '사건'으로 여겨진다. 블라인드 펀드가 없는 신생 운용사의 아웃바운드(해외) 인수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2조 원 규모 프로젝트 펀드 결성에 성공하면서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의 운용 규모(AUM)는 3조 원에 가까워졌다. 수년간 AUM 순위를 견고히 유지하던 1세대 PEF 운용사들의 아성을 깬 것이다. 전례가 없었던터라 자금 모집 과정에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의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국내외 금융사의 조력으로 시장의 우려를 딛고 거래를 성사시켰다.






?"센트로이드가 누구?" 시장 평판 확인한 조상욱 모건스탠리 대표

테일러메이드의 주인이었던 미국 사모펀드 KPS캐피털파트너스는 한국의 센트로이드PE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 유력한 후보자로 올라섰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기 때문이다. 코오롱화이바와 웅진북센, 사우스스프링스CC 인수로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를 알리기 시작한 AUM 4,000억 원 규모의 중형사였다.

거래의 완결성을 위해 믿을 수 있는 매수자가 필요했던 상황. KPS캐피털은 정보력을 총동원해 센트로이드PE의 시장 지위와 자금 조달 능력 등 신상 파악에 나섰다. 매각 주관사였던 미국 모건스탠리는 한국 지사에 자문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모건스탠리 한국 지사의 조상욱 대표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 대표는 정진혁 센트로이드PE 대표를 비롯한 직원을 직접 만나 골프장 투자 이력과 인수 후 통합(PMI) 계획 등을 파악했다. 인수단의 주축이었던 유안타증권(003470)의 궈밍쩡 대표와도 직접 대면했다. 조 대표는 신생 운용사의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을 중점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는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를 마친 조 대표는 미국 측에 의견을 전달했고, 센트로이드PE는 직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버팀목 된 MG…블라인드 투자만 하던 공제회도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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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펀드 조성 과정에서 MG새마을금고는 메인 투자자(LP)로 참여해 힘을 실었다. MG는 중순위 메자닌과 후순위 지분(에쿼티)에 각각 1,500억 원, 2,000억 원을 넣었다. 전체 인수금액의 약 17%에 이르는 물량으로 MG가 국내 프로젝트 펀드에 출자한 사례 중 최대 규모다.

MG의 대체투자 운용을 담당하는 최우석 기업금융부 팀장이 주도했다. 최 팀장은 과거 이력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투자 대상과 전략으로 출자 여부를 판단해 신생 운용사와 공동 운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생·중소형 PEF 운용사의 프로젝트 펀드에 대표 LP로 나서는 이유다. 테일러메이드와 마그나칩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크레디언파트너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 프리IPO(프리미어파트너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달을 위한 큰 기둥이 세워지자 블라인드 펀드 중심으로 출자하던 국내 한 공제회는 이례적으로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 펀드에 출자를 결정했다. 또다른 대형 공제회도 현재 1,500억 원 규모 선순위 투자를 검토 중이다.

? IB 확장 발판될까…총액인수 제공한 유안타證

대만 유안타아시아인베스트먼트 출신 궈밍쩡 대표는 한국 유안타증권의 IB 부문 확장을 목표로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테일러메이드의 아시아 거점 제조 시설이 대만에 위치해 거래 이력이 있었던 점도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거래를 담당한 이수용 유안타증권 ECM2팀 팀장은 신한금융투자 시절 센트로이드PE가 조성한 펀드에 출자한 인연도 있었다.

자금 모집 초기 국내 한 대형 은행이 투자 의사를 거두면서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001720) 등 중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인수단이 구성됐다. 유안타증권은 과감히 후순위 에쿼티 총액 인수를 위한 6,800억 원 규모 투자확약서(LOC)를 제공했다. 조 원 단위 물량을 두 곳의 중형사만으로 소화하기 어려웠는데 하나금융투자와 KB국민은행 등 은행계 금융사이 참여면서 기존 인수단의 부담은 줄었다. 유안타증권의 인수 물량은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대부분 셀다운(재판매)됐다.

? SI·투자 구조 변경에 ‘잡음’도...김앤장 자문 빛나

인수를 목적으로 참여하는 전략적투자자(SI) 없이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하게 되면서 국내 기관과 주요 대기업 등 다양한 참여자가 이번 거래에 몸을 담궜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키며 전략적투자자(SI)와 투자 구조가 변경되는 예민한 상황도 있었지만 김앤장의 자문으로 완주에 성공했다. 첫 투자 포트폴리오인 솔리드이엔지 인수 당시 자문한 이력이 있던 박병권 변호사는 이번 거래에서도 시작부터 합을 맞췄다. 박 변호사는 지난 인수 과정에서 센트로이드PE가 손꼽은 조력자이기도 하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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