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창작'의 재발견…뮤지컬 '막'이 바뀐다

'차미' 뮤지컬 첫 드라마로 제작

'엑스칼리버' 등도 재연에 안착

탄탄한 음악·스토리 흥행몰이

라이선스 작품과 매출격차 줄어

"협업 확산, 경계 무의미" 지적도

지난해 성공적인 초연 이후 드라마 제작을 알린 창작뮤지컬 ‘차미’/사진=페이지원지난해 성공적인 초연 이후 드라마 제작을 알린 창작뮤지컬 ‘차미’/사진=페이지원




탄탄한 음악과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들이 초연 이후 재연, 삼연에 성공하는가 하면 드라마 원작으로 채택되는 등 날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문화 재단과 대형 제작사의 창작 공연 투자가 점차 확대되며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외국 제작 작품의 한국어 버전)과의 시장 비중 격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4일 공연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연한 창작 뮤지컬 ‘차미’가 16부작 드라마로 제작된다. ‘차미’는 평범한 취업준비생 ‘차미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완벽한 자아 ‘차미’가 현실 속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특정 국가의 문화를 반영하기보다는 스마트폰과 SNS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공감할 법한 소재로 초연 당시 화제를 모았다. 2016년 우란문화재단 ‘시야 플랫폼: 작곡가와 작가 프로그램’으로 개발됐고, 2017년과 2019년 시범 공연 및 수정·보완을 거쳐 지난해 정식으로 관객에 선보였다. 차미의 제작사인 페이지원(PAGE1)과 스튜디오 레드, 오로라미디어가 함께하는 이번 드라마 제작 작업은 올해 안에 대본 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년 드라마 편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튜디오 레드는 11월 방영 예정인 송윤아 주연의 드라마 ‘쇼윈도: 여왕의 집’을 제작했으며, 오로라미디어는 초록뱀 그룹의 계열사로 MZ 세대 콘텐츠를 겨냥해 설립됐다. 창작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제작은 이번이 최초라는 게 페이지원의 설명이다.



창작 뮤지컬의 선전은 최근 공연 시장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인터파크 티켓의 8월 판매 순위에 따르면 ‘광화문 연가’(2위, 7월 16일 개막)와 ‘엑스칼리버’(4위, 8월 17일 개막)가 상위에 랭크된 가운데 레드북(6월 4일 개막), 어쩌면 해피엔딩(6월 22일 개막) 등도 6월부터 꾸준히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작품 모두 초연 성공에 이어 재연, 삼연, 사연까지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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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0년 국내 뮤지컬 시장 창작·라이선스·내한공연 매출 비중 변화 추이(단위: %)/자료=공연통합전산망2016~2020년 국내 뮤지컬 시장 창작·라이선스·내한공연 매출 비중 변화 추이(단위: %)/자료=공연통합전산망


창작 뮤지컬은 그동안 국내 공연 시장에서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작품 개발에 적지 않은 돈이 드는 데다 흥행이 불확실해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주요 제작사들이 해외에서 흥행이 입증된 라이선스 공연 위주로 라인업을 가져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4년 ‘프랑켄슈타인’ 흥행을 기점으로 창작 작품의 성공 및 해외 진출 기대감이 커졌고, 중소형 제작사 중심으로 이뤄지던 작품 개발이 대형사로도 확산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우란문화재단, CJ문화재단 등을 중심으로 신규 공연 제작(인력) 육성·지원이 강화된 데다 대형 제작사들이 해외 연출진과 화려한 캐스팅을 앞세운 대작을 잇따라 선보였다. 공연통합전산망의 ‘창작 뮤지컬 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각각 67%, 26%였던 라이선스와 창작 공연 매출 비중은 2020년 48%, 36%로 격차를 줄였다. 보고서는 “2017년부터 블록버스터급 창작 뮤지컬이 많아지고, 관객 동원에 자신감을 얻은 공연들이 기간을 늘려갔다”며 “라이선스와 흥행을 견줄 만한 중소극장 레퍼토리가 꽤 많이 등장한 데다 대형사들도 신작 대형 창작 뮤지컬 제작 계획을 밝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초연에 이어 최근 재연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뮤지컬 ‘엑스칼리버’/사진=EMK2019년 초연에 이어 최근 재연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뮤지컬 ‘엑스칼리버’/사진=EMK


일각에서는 시장의 발전을 위해 오히려 창작과 라이선스를 구분하는 현재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적을 넘나드는 협업이 일상화 된 상황에서 ‘창작=국산’, ‘라이선스=수입’이란 정의 자체가 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엑스칼리버는 국내 회사가 만들었지만, 대본·작사·작곡·편곡은 외국인이 맡았다. 어쩌면 해피엔딩 역시 외국인이 작곡을 맡았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넷플릭스 자본으로 만든 킹덤, 미국 영화 제작사가 만든 미나리가 나오는 시대”라며 “뮤지컬 역시 제작 환경의 변화 속에 국산 혹은 외산의 구분과 그 개념 자체가 모호해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특히 웹툰·웹소설의 드라마·영화화처럼 단일 콘텐츠의 다 장르 활용이 본격화하는 시대에 자본과 인력의 혼합은 앞으로도 이어질 추세라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각종 지원이나 시상 등 정책을 ‘창작·라이선스’의 구분이 아닌 규모나 제작 형태 등을 기준으로 세분화해 가져가는 방안 등을 제안하고 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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