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지금이 금리 올릴 때인가

조장옥 전 한국경제학회장

물가 급등에 인플레 우려 불구

코로나로 자영업자 생존 위기

경기 불황 속 긴축 전환 의문





돌이켜 보면 우리 현대사에서 어느 해가 됐든 큰일 없이 넘어간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매해 위기가 발생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주기를 갖고 되풀이되는 것 같은 느낌은 떨쳐버릴 수 없는 작금의 상황이다. 이제는 ‘10년 위기설’까지 등장하는 마당이다.



대한민국의 사례가 그런 것 같다. 지난 1979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해 사건이 있었고 10년쯤 뒤 민주화라는 대반전이 일어났다. 또 약 10년 뒤에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꾼 외환위기가 터졌고 다시 10년 조금 넘게 지나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그리고 이제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창궐해 온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꾼 큰 사건은 보통 전쟁과 질병의 대유행(팬데믹)이다. 그 절정이 20세기 전반 세계 1·2차 대전이라는 두 번의 전쟁과 인플루엔자에 따른 막대한 인명 피해였다. 14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의 대유행은 봉건사회를 쇠락하게 만든 한 요인으로 역사의 방향을 크게 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예측이 불가능한 외생적 충격에 따른 위기는 많은 경우 피하기 힘들다. 개인의 힘으로 극복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중요한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개인이 가질 수 없는 여러 가지 유효한 정책 수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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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각국은 거의 모든 거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도 막대한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를 일단 접어둔 채 정부 지출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5월 이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전적으로 틀렸다고 주장하기도 힘든 것이 작금의 실정이다.

최근 아파트 등 주택과 주식을 포함한 자산 시장의 과열, 가계 부채 폭증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존의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소위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다. 이는 막대한 재정 투입과 제로금리의 영향으로 경기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는 미국에서 먼저 운위되기 시작한 정책 전환이다.

한국의 경우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NH농협은행과 같은 시중은행들이 나서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 자금줄을 본격적으로 조이기 시작하는가 하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들 중 일부도 정책 이자율인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한국은행이 나서지 않았는데도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조이고 있으니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정책을 긴축의 방향으로 몰아갈 만큼 우리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일까. 최근 계란을 비롯한 생필품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작금의 물가 상승을 경기회복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공급 감소에 따른 충격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공급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을 수요 긴축으로 대응하는 것은 하책 가운데 하책이다.

지금은 정책 당국의 예술적 감각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전염병으로 전 국민은 위축되고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생존을 위협받는 시기다. 과연 지금이 한국은행이 나서서 긴축을 논의해야 할 정도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한국은행은 예술보다는 상황을 무시한 폭력에 가까운 정책을 들이민 경우가 없지 않았다. 정책이 왜 예술이어야 하는지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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