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구글 방지법 법사위 통과…세계 최초 인앱결제 규제 ‘초읽기’

앱 마켓 사업자 규제 ‘특정결제 방식 강제 금지’

25일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美보다 앞선 규제

국내 콘텐츠 업계 “환영한다” “법 집행도 중요”

구글 “성급한 법안 처리로 부작용 분석 불충분”





앱 마켓 사업자의 결제 방식을 규제하는 이른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25일 통과했다. 이대로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한국은 전세계에서 구글,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를 규제하는 첫 국가가 된다.

법사위는 이날 새벽 전체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야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개정안은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게임뿐만 아니라 웹툰·웹소설, 음악 등 모든 디지털 콘텐츠 앱에 대해 인앱결제를 강제하려던 구글을 겨냥한 것이다. 인앱결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등 앱 마켓 내부 결제 시스템을 가리킨다. 인앱결제를 쓰면 이용자가 결제한 대금의 15~30%가 수수료로 발생한다. 때문에 그동안 자체 외부 결제 시스템을 썼던 네이버, 카카오(035720) 등 국내 콘텐츠 기업과 비용 전가를 우려하던 웹툰·웹소설 창작자 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국내 콘텐츠 업계는 구글 방지법 통과를 반기는 분위기다. 당장 10월부터 추가로 낼 뻔한 수수료를 안 내도 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실시한 앱 마켓 수수료 정책 변화 관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로 국내 기업이 내는 수수료는 적게는 885억 원, 많게는 1,568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한 출판 업계 관계자는 “국회가 구글 규제에 나서는 결단을 내려준 데 대해 환영하고 지지한다”며 “법만으로도 앱 마켓 사업자들의 금지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어서 본회의까지 통과된다면 출판사들이 큰 걱정을 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 인터넷 기업 관계자는 “법사위 통과는 긍정적이지만 최종 통과까지 모르는 일”이라며 “또 정부가 앞으로 법을 어떻게 집행하느냐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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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구글과 애플은 인앱결제를 쓰지 않는 앱들이 늘어날 경우 발생할 소비자 피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앱 마켓 바깥에서 결제가 이뤄지면 환불 문제나 사기 피해 등에 대해 앱 마켓 사업자가 관리,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윌슨 화이트 구글 공공정책 부문 총괄은 “성급한 법안 처리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구글은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최선의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도 입장문을 내 “앱스토어에 장착된 고객 보호 장치들의 효과를 떨어트릴 테고 앱스토어 구매에 대한 이용자 신뢰가 감소할 것”이라며 “이는 한국에 등록된 48만2,000 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지금까지 애플과 함께 8조5,5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 왔는데 그들이 더 나은 수익을 올릴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미국 기업을 타깃으로 한 법안이어서 통상 리스크도 거론되지만 국회와 국내 콘텐츠 업계는 문제될 게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는 전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측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최근 미 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시실리니 민주당 의원과 앱 마켓 규제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기도 했다.

반면 미 대사관을 비롯해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 미 정부 차원에서 한국의 구글 방지법에 대해 수 차례 우려한 점을 들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자국 기업이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먼저 나서는 것을 달가워할 리가 없다”며 “이번 구글 법안 통과가 한국 제조업 등 다른 산업으로 어떻게 불똥 튈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23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구글 법안 관련, 빅테크 규제와 자국 기업 보호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보도했다.

공정거래법과의 중복규제 문제는 일부 조항을 삭제했지만 이슈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법사위에 상정된 구글 방지법에는 경쟁사 배제를 막는 ‘배타조건부거래’와 부당 차별행위에 대한 기존 내용이 빠졌다.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전형적인 불공정 반경쟁행위 등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법안의 핵심인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결국 공정거래법상 사후규제와 마찬가지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결국 인앱결제를 시행하고 그 뒤 거래상 지위가 있는지, 부당하게 이용한 건지, 강제한 건지에 대한 주관적인 요소들을 별도 입증하고 심의, 제재해야 한다”며 “이는 공정거래법의 중복규정이고 규제기관에 (전기통신사업법의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를 하나 더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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