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결핍은 결함 아닌 삶을 이끄는 강력한 힘”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책고집 대표 과천시 특강

지금은 '노하우' 아닌 '노와이' 시대

자신에 대해 질문 던질 줄 알아야

결핍된 환경서 자라면 성공 확률 ↑

비판적 판단·이웃 위한 표현 필요

최준영 최고집 대표최준영 최고집 대표




“임금 팔에 앉는 매는 대체로 새끼 때 바닥에 떨어져 상처를 입었던 낙상매입니다. 이처럼 결핍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큽니다. 이것이 바로 결핍의 힘이죠.”

‘거리의 인문학자’로 불리는 최준영 책고집 대표는 지난 2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과천시 맞춤형 특강에서 ‘결핍은 결함이 아닌 삶의 동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성프란시스대 교수와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 교수로 활동한 최 대표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로 유명하다. 2005년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를 처음 개최한 후 미혼모, 재소자, 여성 가장, 자활 참여자 등으로 대상을 넓혔다. 그의 별칭이 ‘거리의 인문학자’인 이유다. 현재는 인문 독서 공동체 ‘책고집’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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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인문학, 결핍의 힘’이라는 주제의 이날 강연에서 최 대표는 20세기를 ‘노하우(know-how)’의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노와이(know-why)’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그는 “그동안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오던 사람들이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신적 공허함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느 누구도 이것을 해결해 주지 못했다”며 “그 과정에서 무조건 답을 구하던 것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질 필요성이 생겼고 이것이 ‘노와이’의 학문, 즉 인문학”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인문학이란 곧 사람을 아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화를 내고 뿌듯해하고 기뻐하는 것은 모두 사람 때문”이라며 “우리가 갈등하고 싸우는 것도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지 등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계 설정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최 대표가 ‘낮은 자세’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누군가에게 군림해서는 그 사람을 알 수 없다”며 “사람을 이해하려면 겸손한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해’를 뜻하는 영어 ‘언더스탠드(understand)’가 ‘밑에(under)’와 ‘서라(stand)’를 합친 단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사람이 ‘결핍의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여기서 그가 주목하는 것은 결핍으로 인한 결함이 아니라 그것이 가져다주는 힘이다. 결핍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이끌어 주는 동력이라는 것이다. 최 대표는 “삶이 소중한 것은 죽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얼마 안 되는 삶을 알차고 의미 있게 살기 위해 노력하기에 우리를 성찰로 이끈다”고 역설했다.

결함 역시 우리를 이끄는 힘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새끼로 있을 때 먹이를 먹으려다 나무에서 떨어져 상처를 입은 낙상매가 대표적이다. 최 대표는 “낙상매는 나중에 커서 임금 팔뚝에 올라서는 으뜸매가 된다”며 “이처럼 부족하고 어렵고 힘든 사람, 결핍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것이 바로 결핍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분석과 표현의 힘이 부족한 것을 꼽았다. 최 대표는 “인문학의 기본 조건인 자유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판단·분석하고, 공동체를 위해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정치인이나 유명인 등 다른 사람에게 판단하고 표현하는 것을 맡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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