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선진국 올 38%↑ 신흥국 2%↓…백신에 갈린 증시

경기회복 불균형에 디커플링 심화

지난달 20일 이후 코스피, 외인 매도 3%↓

美 S&P500은 5% 이상 올라 대조적

"당분간 신흥국보다 선진국 주목을"





외국인투자가들의 이어지는 매도 공세로 국내 증시가 주춤하는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는 코로나19 백신 보급률 차이에서 비롯된 신흥국과 선진국 간의 경기회복 불균형이 이러한 ‘한미 디커플링(비동조화)’을 심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신흥국에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라는 위험이 더해지며 외국인 자금 이탈과 증시 하락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나온다.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S&P500지수와 나스닥은 각각 전 거래일 대비 6.70포인트(0.15%), 77.15포인트(0.52%) 오른 4,486.23, 1만 5,019.80으로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특히 S&P500지수는 코로나19 백신 보급률 확대와 경기 재개에 대한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지난 7월 20일께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시작해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우며 한 달여 만에 5%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 증시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코스피는 이 기간 동안 9조 원에 육박하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시달리며 3% 이상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이 전 거래일 대비 각각 8.51포인트(0.27%), 4.60포인트(0.45%) 오른 3,146.81, 1,107.78로 거래를 마치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8월 한 달간의 수익률은 여전히 -1.73%, -1.29%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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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의 디커플링 현상은 미국·한국뿐 아니라 선진국·신흥국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기준 선진국 증시는 이달에만 3.76%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신흥국(EM) 증시는 0.60% 하락했다. 올해 누적 수익률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MSCI 선진국지수가 38.48% 상승한 반면 신흥국지수는 올 초보다도 1.68% 하락한 상태다.

사실 연초만 하더라도 올해 수익률은 선진국보다 신흥국이 훨씬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미국·유럽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쓸 경우 달러화 약세 기조가 이어져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던 것이다. 또 지난해 미국 증시가 지나치게 호황이었던 탓에 올해 상승률은 비교적 둔화되리라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는 시점부터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백신 개발과 보급에서 앞서갔던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가파르게 진행된 것에 비해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은 뒤늦은 변이 바이러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경제활동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최근까지 신규 확진자가 2,000명 선을 오르내리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졌고 경제적 타격이 누적되는 상황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유럽은 50% 이상이 2차 접종을 완료해 부스터샷까지 촉구하는 상황이지만 브라질·호주·한국 등 주요 신흥국은 20%의 접종률을 기록 중이며 심지어 필리핀·태국 등은 10% 미만”이라며 “선진국의 부스터샷은 충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신흥국의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요인인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통화정책 조기 정상화 소식(테이퍼링)은 신흥국 증시에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신흥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의 테이퍼링 조합하에서는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이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강재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테이퍼링을 염두에 두고 외국인 자금이 선제적으로 유출됐기에 추가 매도 여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과거의 경험을 볼 때 시행 직전부터 시행 초기까지 재차 자금 유출의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렇기에 당분간은 미국 등 선진국 증시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하지만 일각에서는 코스피가 좀 더 조정을 받을 경우 분할 매수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조정은 새로운 하락 추세의 시작이 아니며 경기 침체 이후 주가 반등 국면에서 부양책 축소와 맞물려 나타나는 밸류에이션 멀티플 조정”이라며 “당분간 코스피의 변동성 확대가 이어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에게 또 한 번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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