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민노총 뻥파업은 그만

한기석 논설위원

10월 총파업 외치지만 참여율 미미

기간산업 국유화 등 요구 터무니없어

구속영장 거부, 사회 일원 인정 못해

억지 더 심해지면 국민 버림 받을 것





민주노총이 23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10월 총파업 투쟁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민노총은 이번 총파업에 110만 명 조합원이 모두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총파업에 모인 인원은 고용노동부 집계로 전국 40여 개 사업장, 3만 4,000명이었다. 참여율이 3%쯤 된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이어서 참여가 저조했을까. 코로나19가 없던 2019년 3월과 7월 열린 총파업에는 각각 3,200명, 1만 2,000명이 모였다. 이런 정도면 총파업은커녕 그냥 파업도 아니다. 보통이라면 창피해서 총파업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도 못할 것 같은데 민노총은 애써 꿋꿋하다. 물론 총파업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사연은 짐작이 간다. 가만히 있으면 존재 이유가 사라질까봐 ‘뻥파업’이라도 벌이는 것 아닌가.



뻥파업 소리를 듣기 싫으면 콘텐츠라도 멋지게 만들어야 할 텐데 이쪽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민노총이 내건 총파업 명분은 코로나19로 더욱 커지는 불평등과 양극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건 5대 핵심 의제는 △재난 시기 해고 금지와 고용 위기 기간산업 국유화 △재난생계소득 지급 △비정규직 철폐와 부동산 투기 소득 환수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법 전면 개정 △국방 예산 삭감과 주택·교육·의료·돌봄 무상 지원이다. 이를 구체화한 15대 요구안에는 △전체 주택 50% 국가 소유 △대학까지 무상교육, 입시 제도 및 대학 서열 폐지로 학벌 사회 타파 등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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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시기에 해고를 금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코로나19 상황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식당 종업원 등 주로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많이 잃었다. 이들의 해고를 금지하면 임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편의점주나 식당 주인이 먼저 망할 것이다. 당연히 알바와 종업원은 일자리를 잃는다. 정부가 편의점과 식당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당장 해고를 막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임대료를 지원하고, 그 다음에는 편의점주와 식당 주인의 임금을 보전해줘야 할 것이다. 해고 금지가 일으킬 파장에 대해 아무런 고민 없이 일단 던져봤다는 느낌이 든다. 해고를 금지한다는 발상 자체가 시장경제에 위배된다는 것은 민노총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고용 위기 기간산업 국유화는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에 고용 위기가 닥쳤을 때 국가가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여 국유화하라는 뜻이라면 세상에 이런 황당한 주장이 또 없을 것이다. 주택 50% 국가 소유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소유한 주택을 국가가 유상이건 무상이건 몰수하라는 것이라면 적어도 38선 이남에서 할 얘기가 아니다. 대학 무상교육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목표이며, 학벌 사회 타파도 뜬구름 잡는 구호에 불과하다.

민노총은 이런 터무니없는 요구를 내걸고 총파업 운운할 때가 아니다. 민노총의 핵심은 금속 노조이며, 금속 노조의 중심은 자동차 노조다. 자동차 산업이 당면한 최대 현안은 인력 감축이다. 내연기관차에서 미래 차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최대 40%의 제조 인력 감축이 불가피해졌다. 이 문제는 총파업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혹시라도 총파업이 성공해 인력 감축이 저지된다면 35만 명을 고용하는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가 사라질 것이다. 민노총이 지금 쌍심지를 켜고 해야 할 일은 총파업이 아니라 감축 대상 인력을 미래 차 전문 인력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조직의 수장은 무엇을 하고 있나.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지금 경찰의 구속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농성전을 펼치고 있다. 법원은 지난달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정치적 셈법이 작동했다”고 말했다.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에 대한 판단은 법원이 한다. 많은 사람은 법원 명령마저 거부하는 양 위원장을 지켜보며 민노총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민노총의 억지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계속 이런 식이면 국민으로부터 완전히 버림 받을 수 있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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