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누구나집’이 연내 공급을 위한 절차를 개시한다. 시장에서는 누구나집 제도의 구조와 사업 모델이 여전히 불명확하며 실효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속도를 내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8월 말까지 (누구나집) 시범 사업 지역의 공공택지 공모 지침을 조속히 확정하고 9월 민간사업자 공모, 11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사업을 조기에 가시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누구나집은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 개념이다. 집값의 6~16%를 내면 10년가량 임차인으로 거주하다가 분양으로 전환하는 일종의 분양 전환 임대주택이다. 국토교통부가 판교 등에 공급했던 분양 전환 임대주택은 분양가를 분양 전환 시점에 결정했던 반면 누구나집은 공공지원 민간 임대주택의 일종으로 미리 10년 뒤 분양가를 정해놓는다는 차이가 있다. 시장에서는 사업 시행자와 임차인이 시세 차익을 나눠 갖는 구조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누구나집을 ‘혁신적인 공급 방안’이라며 정부 도입을 촉구했다.
누구나집은 그간 구체적인 사업 모델에 대한 설명이 없어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홍 경제부총리가 9월 사업자 공모를 예고했지만 자세한 사업 구조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국토부는 다음 달 초 구체적인 사업 구조와 운용 구조를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단 국토부는 다음 달 공개할 세부 운용 방안에서 기존 사업 구조의 상당 부분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장에서 알려진 임차인과 시행사의 시세 차익 공유 부분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공급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추후 시세 차익을 공유한다는 것이 병립하기 힘든 개념이라고 판단하고 시세 차익 공유 개념은 제도에서 뺄 예정이다. 애초부터 미리 분양 전환 가격을 약정해놓고, 이 가격에 동의하는 수요자가 임차인이자 분양 예정자로 참여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누구나집은 분양가 책정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지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를 낮추면 임차인은 좋지만 사업성이 떨어지고, 분양가를 올리면 그 반대 상황이 생겨 시장의 호응을 받지 못기 때문이다. 특히 누구나집은 집값 하락에 취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10년 뒤 집값이 최초 분양가보다 높지 않다면 세입자는 분양 전환의 이점이 없어 분양권을 포기할 수 있다. 결국 사업자는 적정 분양가 산정에 앞서 10년 뒤 부동산 시장 상황과 집값 추이를 예측해야 하는 리스크까지 안고 있는 구조인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은 초기 단계라 공공택지를 공모하는 방식으로 시작해보는 것”이라며 “추후 제도가 안착되면 사업자가 민간 택지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누구나집이 주거 복지 대책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대상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애초 민주당이 누구나집 도입을 주장할 때부터 대상은 안정적인 소득원은 있지만 당장 집을 마련할 목돈이 없는 무주택자·청년·신혼부부 등으로 한정했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수도권의 주택 가격 안정이 시급한 시점에서 리스크가 크고 주거 복지 성격의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