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를 놓고 벌어진 금융감독원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간 소송에서 손 회장이 승소했다. 금감원이 손 회장에게 내렸던 중징계가 잘못됐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사모펀드 관련 징계의 시발점인 DLF 소송에서 금감원이 패소하면서 향후 라임·옵티머스 등 관련 제재의 수위도 연이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윤 전 원장이 지난 2003년 3월 손 회장에게 내린 ‘문책 경고’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월 DLF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내부 통제 미비 등의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금융회사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남은 임기는 마칠 수 있으나 연임이 제한되고 3년간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이에 손 회장은 3월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의 해석·적용을 그르쳤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문책 경고 등의 제재 조치는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이 제재의 근거로 들었던 다섯 가지 사유 중 ‘금융 상품 선정 절차 마련 의무 위반’만 인정됐다. 금감원 재판부가 인정한 사유로 한정해 다시 제재심을 열어야 한다.
금감원의 패소는 앞으로 있을 하나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의 제재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징계를 밀어붙였던 윤석헌 전 금감원장과 달리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 체제에서는 금융 감독 기조의 변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결과를 놓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번 재판의 결과를 받아들일 경우 하나은행 등 줄줄이 남아 있는 사모펀드 관련 제재심에서도 제재 수위를 낮출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 판단 기준 등 세부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