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인해 중징계를 받은 데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부장판사 강우찬 위수현 김송)는 27일 “피고가 원고 손태승에게 한 문책처분과 정채봉에 대해 한 감봉 요구 처분을 각각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금감원이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리면서 불거졌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향후 3년 간 금융사에 취업할 수 없다. 이에 손 회장은 지난해 3월 문책경고가 확정되고 바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현행법은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내부통제기준에 포함시켜야 할 ‘금융상품 선정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형식적으로는 상품선정위원회를 마련했으나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투표결과 조작’ ‘투표지 위조’ ‘불출석·의결 거부 위원에 대한 찬성표 처리’ 등 흠결이 있다”며 이에 대한 금감원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현행법상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처분사유 5가지 중 나머지 4가지에 관해서는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제재조치를 모두 취소하고 ‘금융상품 선정절차’에 대해서만 다시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등을 근거로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한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손 회장 측은 금융사 지배구조법을 금융사고에 따른 경영진 제재 근거로 삼을 수 없는 데다 최고경영자(CEO)가 DLF 상품 판매 관련 의사결정에 개입하지 않았던 만큼 징계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한 펀드로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 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의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를 편입한 DLF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금융당국이 내부통제를 마련하도록 강제하려면 관련 규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비해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추상적인 내용을 가지고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법치행정을 흔드는 것으로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