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의 ‘코로나 블루(우울)’ 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전문 상담가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을 요청하더라도 부모님, 친구에게 호소하는 게 대부분이고 학교 상담선생님을 찾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학교 상담 지원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의 ‘코로나19 전후 학생들의 심리와 정서 변화 : 서울학생들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로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느낄 때 상담(면담)을 요청한 학생은 전체 조사대상자 1만9,884명 중 2,194명(11%)에 불과했다. 89%인 1만7,690여명은 상담 요청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앞서 연구진은 서울시내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3학년, 고등학교 1~3학년 총 1만 9,884명을 대상으로 5월 24일부터 6월 4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상담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는 ‘상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62.9%)’, ‘상담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11.6%)’, ‘마음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없어서(6.2%)’순이었다.
상담을 요청했더라도 학교 상담선생님을 찾는 비율은 높지 않았다. 상담 신청 경험이 있는 조사대상자 중 922명(42%)은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응답했다. 이어 친구가 637명(29%)가 뒤를 이었다. 학교 상담선생님에게 상담을 요청한 응답자는 186명(8.5%)에 그쳤다. 학생들이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담 창구가 학교 상담선생님인데 찾는 비율이 극소수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김유리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정보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 자체가 별로 없고 상담을 하더라도 약 3분의 2가 비공식적 체계인 부모님이나 친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학교 상담지원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제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학생들은 가장 필요한 심리지원 항목으로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전문상담(32.8%)’, ‘마음 건강을 체크해 볼 수 있는 심리검사(18.7%)’, ‘신체활동 프로그램(18.5%)’,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소규모 활동(13.9%)’등을 꼽았다. 연구진은 “학생 스스로 마음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