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탄두 대신 칼날 6개 단 '닌자 폭탄'…뒷좌석 타깃만 콕 집어 날려

[IS-K테러 보복 美 첨단무기 주목]

작전 중 無音에 14시간 비행 가능

'하늘위 암살자' MQ-9 리퍼 띄워

변형 헬파이어 미사일로 핀셋타격

고위직 2명 사살…민간인 피해 '0'





미국이 미군 13명 등 170명을 숨지게 한 아프간 카불 공항 테러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7일(이하 현지 시간) 배후를 자처한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 호라산(IS-K) 근거지에 보복 공습을 감행해 IS-K 고위직 2명을 살해했다. 미군은 이번 공습에 최첨단 무인기와 미사일을 사용해 한 치의 오차 없이 표적만 때렸다. 민간인 피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IS-K 카불 자살 폭탄 테러에 이어 미군의 대(對)테러 최첨단, ‘초정밀’ 무기에 또 한 번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군은 전날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에 위치한 IS-K 근거지를 공습할 당시 무인기 ‘MQ-9 리퍼’를 출격시켰다. 몸체 길이 11m, 날개 폭 20m, 무게는 2t으로 작은 비행기 모형인 MQ-9 리퍼는 시간당 최고 비행 속도가 480㎞ 이상이다. 한 번 급유하면 5,900㎞ 이상 난다. 특히 작전 중에는 거의 무음에 가까울 정도로 조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 무장한 상태에서도 14시간 동안 하늘에 떠 있을 수도 있다. MQ-9 리퍼가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이유다.

MQ-9 리퍼의 존재감이 확실히 각인된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때인 지난해 초 미군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사살하면서다. MQ-9 리퍼는 당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솔레이마니가 타고 있던 차량을 덮쳤고 솔레이마니는 손쓸 틈도 없이 그대로 사살당했다. 특히 당시 미군이 바그다드에서 1만㎞가량 떨어진 미국 본토 공군기지에서 MQ-9 리퍼를 원격 조종한 점도 큰 화젯거리였다.



이번 미군 IS-K 보복 공습의 압권은 ‘닌자 폭탄(bomb)’이라는 별칭을 가진 변형 헬파이어 미사일 AGM-114R9X다. 짧게 R9X라고 부르는 이 미사일은 탄두에 폭약을 싣는 대신 30㎝ 길이의 칼날(blade) 6개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에서는 1970~1980년대 유명한 부엌칼 상표 ‘진수(Ginsu)’를 따서 ‘플라잉(flying) 진수’라고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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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9X는 타격 직전 6개 칼날을 펼친 상태로 목표물에 그대로 돌진한다. 또 첨단 추적 장치를 사용해 ‘차 앞 유리창은 파괴하되 와이퍼는 건드리지 않는’ 식으로 정밀 조종이 가능하다. 차 뒷좌석에 앉은 테러 조직 수장만 콕 집어 암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R9X 개발이 시작된 것은 버락 오바마 정부 때다. 대테러전 공습을 벌이면 민간인 사상이라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에서 연구가 시작됐고 결국 RX9이 탄생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러 단체들이 미국 공습을 막기 위해 여성과 아동을 방패막이로 삼기 시작한 점도 (R9X 같은) 초정밀 타격법을 고안한 이유”라고 했다.

R9X가 처음 작전에 사용된 것은 2017년이다. 그해 2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시리아에서 드론을 사용한 공습 작전으로 알카에다 2인자인 아흐마드 하산 아부 알카르 알마스리를 살해했을 때 R9X가 이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도 차 앞 유리는 깨졌는데 와이퍼는 손상되지 않는 등 이번 IS-K 공습과 유사했다. 이후 2019년 1월 구축함 USS 콜 테러를 주도해 미군에 큰 피해를 입힌 테러범 자말 알 바다위의 암살, 지난해 6월 테러 조직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후라스 알딘의 수장 칼레드 알아루리 사살 때도 R9X가 쓰였다.

MQ-9 리퍼는 R9X 같은 변형 헬파이어 미사일 14발에 레이저 유도폭탄 2발 등 총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하늘의 암살자’가 ‘닌자 폭탄’을 날린다면 가공할 만한 최고의 암살 조합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무인기 기술이 갈수록 첨단화하면서 이를 막을 ‘안티 무인기’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드론을 탐지·감시하기 위한 레이더 체계에서부터 드론을 파괴하는 방공망, 드론 작동을 무력화하는 재밍과 해킹 기술 개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인권 단체들은 대테러 기술의 가공할 만한 위력이 잘못 쓰일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이 뒤따른다고 경고한다. 휴먼라이츠워치는 “R9X 같은 무기는 제대로 된 정보 데이터가 반드시 입력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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