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보너스 무려 1,500만 달러(약 175억 원), 꼴찌인 30위에 그쳐도 39만 5,000달러(약 4억 6,000만 원)를 받을 수 있는 대회. 이쯤 되면 ‘쩐의 전쟁’ 끝판왕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PO)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이야기다. 대회는 오는 9월 3일(한국 시간) 미국 조지아주 이스트레이크GC(파70)에서 개막한다. PGA 투어는 이 대회를 끝으로 2020~2021시즌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투어 챔피언십에는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페덱스컵 랭킹 상위 30위까지만 출전한다. PO에 진출한 3명의 한국 선수 중에서는 임성재(23)가 유일하게 막판까지 살아남았다. 임성재는 30일 막을 내린 PO 2차전 BMW 챔피언십에서 단독 3위(합계 23언더파 265타)에 오른 덕에 페덱스컵 랭킹을 종전 25위에서 12위로 끌어올렸다.
BMW 챔피언십을 공동 12위(17언더파)로 마친 이경훈(30)은 랭킹이 31위에 자리해 딱 한 발의 차이로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하지 못했다. 김시우(26)는 이번 대회를 공동 29위(12언더파)로 끝내며 랭킹 34위로 시즌을 마쳤다.
임성재는 PGA 투어에 데뷔한 2018~2019시즌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하게 됐다. 한국 선수가 3회 연속 투어 챔피언십에 나가는 건 임성재가 처음이다. 통산 출전 횟수는 네 차례(2007·2008·2010·2011년) 출전한 최경주(51)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PO 2차전까지의 페덱스컵 랭킹에 따라 미리 ‘보너스 타수’를 받고 시작한다. 1위가 10언더파, 2위는 8언더파, 3위는 7언더파를 받는다. 임성재는 3언더파를 안고 시작한다.
임성재는 7타의 열세를 극복해야 1,500만 달러를 품에 안을 수 있다. 이룰 수 없는 막연한 꿈은 아니다. 임성재는 최근 4개 대회에서 공동 46위→공동 24위→공동 16위→단독 3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BMW 챔피언십에서는 나흘 내내 상위권을 유지했다. 특히 최종일 17번(파3)과 18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투어 챔피언십 대회장으로 넘어가게 됐다.
투어 챔피언십 성적도 해마다 오르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공동 19위, 지난해는 11위에 올랐다. 아시아 최초 PGA 투어 신인왕 등 한국 남자 골프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임성재가 이번 투어 챔피언십에서 ‘사고’를 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성재는 “전체적으로 샷에 안정감이 있는 편이다. 특히 퍼트가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1,500만 달러 보너스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패트릭 캔틀레이(29·미국)다. 그는 BMW 챔피언십 최종일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동타(27언더파)를 이룬 뒤 6차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정상에 올랐다. 이번 시즌에만 3승째, 통산 5승째를 달성했다.
캔틀레이는 이번 우승으로 페덱스컵 랭킹 1위로 도약했다. 캔틀레이는 아마추어 시절 55주 동안 세계 아마 랭킹 1위에 올랐을 만큼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2012년 6월 프로로 전향한 후에는 순탄치 않았다. 2014년 등 부상에 이어 2016년에는 친구이자 캐디인 크리스 로스를 뺑소니 교통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었다. 부상 회복 후 2017년 투어에 복귀한 캔틀레이는 그해 11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 첫 우승을 달성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서서히 알렸다. 이번 시즌에는 조조 챔피언십, 메모리얼 토너먼트, 그리고 BMW 챔피언십까지 제패하며 정상급 선수 반열에 올랐다.
페덱스컵 트로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PO 1차전 우승자 토니 피나우(미국), 이번 대회 준우승자 디섐보, 세계 랭킹 1위 욘 람(스페인)이 페덱스컵 랭킹 2~4위에서 추격전을 펼친다. 캔틀레이는 “투어 챔피언십에도 일반 대회처럼 임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매일 최대한 스코어를 줄이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