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샌드박스 신청하면 부가조건 덕지덕지…금융사 '핀테크 투자' 규제부터 풀어야

[리빌딩 파이낸스 2021] <2>‘정치 금융’에 금융산업만 멍든다

금융사, 핀테크 M&A 관심 가져도

정부선 규제 하나 풀어주는 대신

부가조건 여러개 걸어 투자 포기

빅테크·핀테크 지원법 제정 절실





최근 DGB금융지주가 핀테크 플랫폼 업체인 ‘뉴지스탁’을 인수했다. 국내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핀테크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한 사례다. 신한금융도 일찍이 핀테크 등 고객 기반을 확보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M&A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금융에 진출함에 따라 기존 금융사들이 보험·증권을 넘어 핀테크 업체까지 M&A 대상으로 검토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발맞춰 기존 규제 체계를 개선할 뿐 아니라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핀테크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핀테크 업계와의 공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핀테크육성지원법(가칭)’ 제정을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법안은 올 4분기 내에 마련·발의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사에서 당국에 줄곧 요청해온 내용이다. 법안의 핵심이 금융권의 핀테크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금융사가 투자할 수 있는 핀테크 기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투자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고의·중과실이 없는 임직원 등을 면책한다는 조항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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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 및 업계에서는 법이 제정되면 금융사의 핀테크 M&A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금융사가 핀테크에 출자하거나 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다는 내용의 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사실상 금융사의 투자는 전무하다. 해외에서 핀테크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글로벌 핀테크 투자 규모는 올해 1분기 507억 달러, 2분기 473억 달러로 상반기에만 980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하반기(872억 달러)보다 12% 증가한 수준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해외처럼 국내에서도 빅테크·핀테크와 활발하게 사업이 이뤄지려면 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핀테크 투자에 대한 제도화뿐 아니라 디지털 환경을 반영해 전반적인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해도 기존 규제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한·하나·우리은행 등이 공동 구매 서비스 ‘소투(SOTWO)’를 출시 및 검토하다 중단한 게 대표적이다.

소투는 고가의 그림·신발 등을 투자자들이 공동 구매해 디지털 소유권을 받은 뒤 향후 재판매해 수익을 나눠 갖는 서비스다. 2030세대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지만 금융 당국이 소투를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고 사전에 금융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함에 따라 서비스는 중단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들을 찾아보고 있지만 소투와 유사한 이슈가 나올 가능성에 검토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현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 역시 제한적이다. 사업 기간이 제한적이고 해당 기간에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기간이 끝나면 사업은 중단된다. 금융 규제 샌드박스 1호로 2년간 운영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리브엠’은 재연장을 앞두고 노사 갈등이 불거지면서 10만 가입자가 불안에 떨어야 했다. 4월 어렵게 샌드박스 기간이 연장됐지만 금융위가 노사 간 상호 협의를 부가 조건으로 내걸었고 현재까지 관련 사항은 진척된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샌드박스를 신청하면) 규제 하나 풀어주는 대신 부가 조건이 여러 개 붙어 나온다”며 “현행 제도로는 사업 확대의 기회를 놓치는 일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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