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 모(56) 씨가 16년 전 가출소 당시 공범들과 약 40일간 강제추행과 강도·절도 등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원일 부장판사)는 지난 2006년 강 씨와 공범 3명의 재판에서 강 씨에게 징역 15년을, 공범 3명에게 징역 15년과 12년·10년을 각각 선고했다. 강 씨는 1982년 특수절도죄, 1986년 절도죄, 1989년과 1992년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절도죄, 1997년 강도강간·강도상해죄 등으로 징역형을 받았고 2005년 4월 보호감호 처분 집행을 받고 가출소했다. 공범 3명 역시 가출소 상태였다.
강 씨는 가출소 이후인 2005년 8월 중순부터 서울 용산구와 서대문구·관악구 등을 돌면서 10여 차례 날치기와 7차례 강도 범행을 주도했다. 이들은 여성들이 주로 찾는 피부관리실과 미용실에서 금품을 뺏고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입혔다. 또 늦은 밤 시간대 혼자 차에서 내리는 여성을 납치하거나 폭행해 금품을 빼앗았다. 이들이 40일간 저지른 범행의 피해자는 30명이 넘었고 재산 피해도 수천만 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유흥비 마련을 위해 여성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이익금을 분배했다”며 “죄질이 매우 중하고 상습 범행을 했다는 점에서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에서는 강 씨에게 적용됐던 특수강도강간 혐의가 강제추행으로 변경됐으나 형량은 유지됐다. 판결은 2006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강 씨는 17세 때 특수절도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후 강도강간·강도상해 등으로 총 14회 처벌을 받았다. 구치소와 교도소 등에서 실형을 산 전력도 8회에 달했다.
경찰은 이날 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신상 공개 여부도 검토하기로 했다. 두 피해자 모두 강 씨와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경찰 조사에서 강 씨는 범행 동기가 성범죄가 아닌 금전적 관계 때문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이 도주한 강 씨를 쫓는 과정에서 첫 피해자의 시신이 있던 강 씨의 주거지 앞을 찾고도 수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적극적인 경찰권 행사를 하지 못해 아쉽다”고 답했다. 그는 “현장 경찰관이 당일 3번과 다음 날 2번 등 모두 5번 갔지만 주거지 안에 들어가지 못한 데는 법적·제도적 한계가 있다”며 “경찰관 직무 집행 범위가 협소한 데 대해 경찰청과 협의해 제도적 검토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5월 출소한 강 씨는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거리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그는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40대와 50대 여성을 살해했다며 29일 경찰에 자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