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004020)이 노조 리스크에 직면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불법점거했고 정규직 노조는 2021년 임금협약(임협)에 타협은 없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반면 포스코·동국제강(001230)·세아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들은 무분규로 임협·임단협을 타결하며 노사 화합을 기반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자는데 뜻을 함께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9만 9,000원(호봉승급분제외) 인상, 성과급 300%+1,000만 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임협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철강 수요가 호조세인 만큼 수익을 나누자는 논리를 폈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121억 원 영업손실을 봤던 현대제철은 올 상반기 8,492억 원 흑자를 냈다.
현재까지 현대제철 노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27일 노사는 임협 2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서로 입장 차만 확인했다. 현대제철 측은 올 2, 3분기를 정점으로 철강 가격과 수요가 정점을 찍고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큰 만큼 대대적인 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올해는 제 몫을 받겠다며 투쟁 의지를 높이고 있다. 작년 8월 임단협을 시작한 노조는 올 1월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해를 넘겨 임단협을 끌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올 4월 기본급 동결로 사측과 교섭을 마무리했다. 올해는 업황이 개선된 만큼 작년 몫까지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노조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모두 교섭을 끝맺은 만큼 우리도 교섭에 속도를 낼 방침이지만 양보나 타협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 행위도 도를 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8일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통제센터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이들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이 아닌 현대제철이 직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1,400여 명 규모의 불법 집회도 열었다. 통제센터는 제철소 모든 공장의 생산운영·안전·환경·에너지·물류·정비 등을 종합 관리하는 곳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24시간 가동되는 제철소 특성 상 현황 파악 및 중요 의사 결정에 지연이 생겨 제품 생산 차질, 안전 및 환경 문제 대응 지연 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포스코·동국제강·세아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무분규로 임협·임단협을 타결했다. 업계에서는 노조 리스크에 직면한 현대제철이 국내 철강업계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