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그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법무부 차관의 ‘우산 의전’을 두고 말한 법무부의 해명이다. 기자들이 좋은 ‘그림’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숙여 달라고 고성을 질렀고 스쿼트 자세로 어정쩡하게 서 있었던 직원이 결국 무릎을 꿇었다는 것이다. 현장 화면 속 방송 기자들의 강렬한 음성을 들으면 타당한 해명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정책 브리핑을 굳이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실외에서 진행했다. 단상이 나왔고 17페이지 자료를 넘기는 데 번거로우니 옆에서 직원이 우산을 들게 됐다. 비 오는 날 실외 브리핑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그림’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를 보고도 문제라고 말하거나 저지한 법무부 관계자도 없었다.
기시감이 드는 건 ‘우산 의전’ 하루 전 인천공항 풍경이다. 미라클 작전으로 생사의 기로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아프간인들이 입국하는 순간이었다. 주인공이 돼야 할 아프간 입국자들은 온데간데없고 이들을 맞이하는 박범계 장관의 ‘그림’이 한가운데 잡혔다. 일련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아프간인들의 생활과 정착을 위한 방안은 사라졌다.
문제는 이 같은 ‘그림 만들기’가 박 장관 취임 이후 꽤나 친숙한 풍경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 기자단 공지방에 올라오는 박 장관 수행 사진, 법무부 공식 홈페이지에 전시돼 있는 박 장관 개인 사진, 법무부 유튜브에 올라온 장관 영상 등 정책이 사라진 자리에는 정치인 장관의 ‘그림’만 남았다. 법무부는 검찰은 물론 범죄 예방, 교정, 출입국·외국인 관리 등 국민의 삶과 맞닿아 있는 중요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곳이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전자발찌 대상자를 감독하는 곳도 법무부다. 법무부가 가장 우선 추구해야 하는 건 장관 한 사람의 ‘그림’이 아니라 전 국민을 위한 법무 행정이 아닐까.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게 정치인 장관의 공허한 ‘그림’일지 곱씹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