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어느 날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스프링필드에서 예정된 연설 일정을 갑자기 취소했다. 대통령이 헬기를 한 차례 갈아타면서 한 시간가량 날아간 곳은 도버 공군기지였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수행 중 숨진 30명의 미군 장병 유해를 직접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은 리언 패네타 국방부 장관과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과 함께 거수경례로 이들을 맞았다. 이어 기지 내 건물에서 250명가량의 유족들을 만나 포옹하고 일일이 위로하느라 70분을 보냈다. 미국 대통령이 전사한 용사들에게 최고의 예를 갖추는 것은 오래된 전통이다.
도버 공군기지는 미국 동부 델라웨어주 주도 도버시에 있다. 자동차로 워싱턴에서 동북쪽으로 2시간, 뉴욕에서 서남쪽으로 4시간 정도 걸린다. 도버시는 1717년 영국의 신대륙 개척자이자 퀘이커교도인 윌리엄 펜이 켄트 카운티의 법원과 감옥을 설치하기 위해 만든 도시다. 도버라는 이름은 하얀 절벽이 인상적인 영국 남부 해안의 도버에서 따왔다고 한다.
도버 공군기지는 미국의 군 기지 중에서 가장 큰 영안실이 있는 곳이다. 주로 해외에서 전사한 군인들이 고국으로 돌아와서 이곳에 일시적으로 안치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네 차례, 오바마 전 대통령은 두 차례 유해 귀환 행사에 참석했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은 새벽 4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에 이곳을 찾아 전사자의 유해를 영접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도 29일 이 기지를 찾았다. 대통령 부부는 검은 양복 차림으로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고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자폭 테러에 희생된 13명의 미군 유해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들의 숭고한 정신을 직접 기리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6·25전쟁 전사자 147명의 유해를 공항에서 직접 맞이했다. 하지만 유해가 도착한 지 하루 지난 뒤 다른 비행기를 이용해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벌인 것 아니냐는 논란을 빚었다. 나라를 지키려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제대로 예우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