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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페미니즘, 성소수자...젊은 무당의 소신 그리고 새로운 직업관




최근에는 직업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가치관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인식 또한 새롭게 정의되는 직업군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무당이라는 직업은 예로부터 화려한 한복을 입고 있는 '귀신 들린 사람', '보살님'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업’이라는 범주에서 논의되지도 않았던 분야이다.


하지만 90년생 젊은 무당 홍칼리는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직업관으로 무당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나가고 있다. 2019년 계룡산에서 내림굿을 받은 무당이자 에세이 <신령님이 보고 계셔>의 저자인 홍칼리는 오색으로 꾸며진 신당 대신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글을 쓰고 점사를 보며 손님을 만난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예약을 받아 상담을 진행하고 한복보다는 편안한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언뜻 보면 무당이라기보다 프리랜서나 재택 근무하는 직장인처럼 보일 정도로 세련된 비주얼을 자랑한다.


'홍칼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한 홍칼리 저자는 점사를 보는 일뿐만 아니라 글을 쓰거나 반려견 커리를 돌보고, 노동자의 권리 등 사회문제를 공부하며 동물의 삶을 존중하고자 비건을 지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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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적으로 여자 사주, 남자 사주로 구분된 사주풀이도 거부하며 기후위기, 페미니즘, 장애학을 공부하기도 한다. 연애 운 점사를 보기에 앞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조심스럽게 묻는 등 기존 무당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신령님이 보고 계셔>에서는 무당 홍칼리의 하루와 신념, 가치관, 세계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를 둘러싼 환경과 세상이 나아져야 운명도 나아진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공부하고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는 것은 그녀의 책임과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을 찾아오는 가정 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당신 팔자가 사나워서’라고 말하는 대신 이건 폭력이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또한 돼지 머리를 올리는 굿 대신 봉사활동을 권하거나 궁합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를 위한 노력이라고 조언해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동물, 자연,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그리고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무당 홍칼리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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