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00년 된 전나무로 만들어진 지붕 아래 펼쳐진 화려한 7개의 침실, 24개의 욕실과 200명이 칵테일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다이닝룸.
#2. 수십 명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용 극장과 수중 음향장치가 설치된 전장(全長) 18m의 수영장, 체력단련실에 스파와 골프연습장.
지난달 9일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1,296억 달러(약 148조6,000억 원)의 재산 규모로 5위에 이름을 올린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사는 대저택의 면면이다.
빌 게이츠는 이 집에 이상향·도원경(무릉도원처럼 아름다운 곳)을 의미하는 '재너두(Xanadu) 2.0'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미국 워싱턴주 메디나에 위치한 이 집의 전체 규모는 6,130㎡(약 1,850평)다. 축구장보다 훨씬 넓은 땅에 6,000만 달러(약 643억 원)을 쏟아부어 지어진 이 집의 시세는 지난해 기준 1억3,100만 달러(약 1,526억 원)에 이른다.
1,500억원. 선뜻 와 닿지 않는 '딴 세상 집' 가격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강남 신축 아파트 한 동 가격도 안된다"라며 대한민국 집값 폭등을 비꼬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최근 집값은 로또 대박을 맞아도 내 집 한 칸 마련하기도 만만치 않을 만큼 뛰어올랐다. 정부의 주택가격 공식 집계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주택가격은 지난해 말, 1년 전보다 각각 5.98%, 8.81% 올랐다. 2008년 같은 기간에 각각 6.18%와 8.59% 치솟은 이후 13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고, 지난해 같은 기간 2.61%, 3.29%에 달했던 상승폭을 2배 이상 웃돈 수준이다.
'미쳤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집값 고공행진 속에 "집값 크게 떨어지니 사지말라"는 정부의 담화가 지난 7월 28일 나왔다. 실정(失政)에 대한 반성은 없이 집값이 오른 이유를 국민의 기대심리와 투기 수요 탓으로 돌린 협박과 호소였다.
집값을 따라 덩달아 뛴 전셋값 마련에 속이 타는 집 없는 사람들의 한숨과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 담화 이틀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살고 있는 집의 전셋값이 3억 원에서 5억5,000만 원으로 폭등했다는 한 40대 가장의 글이 올라왔다. "도둑질 강도질 사기말고 합법적으로 1년 남짓 동안 2억5,000만 원을 벌 수 있는 일이 어떤 게 있는가"라는 되물음은 수많은 무주택 서민 가장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투기 수요를 걷어내서 시장이 안정되면 서민이나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26전 26패를 기록한 부동산대책 발표 전후로 당국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했던 말이다. '부동산 정책만큼은 자신있다'는 정부의 호언을 믿었던, 아니 믿고 싶었던 집 없는 사람들의 고단함과 허탈함 그리고 눈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