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말뿐인 K반도체 육성…지자체 규제에 막혀 공장도 못짓는다

램테크놀러지 '불화수소 공장신축'

당진시 '시민단체 반대 이유' 불허

대통령 강조에도 중앙정부 '뒷짐'


정부가 ‘K반도체’ 육성을 외치고 있지만 막상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 성공한 우리 기업은 지방자치단체 규제에 발목이 잡혀 공장 증설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갈등을 중재하려는 중앙정부 차원의 노력도 보이지 않아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불화수소 제조 업체 램테크놀러지는 충남 당진시의 ‘신공장 건축 불허가 처분’ 관련 행정심판을 최근 접수했다. 램테크놀러지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받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의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최근 국내 생산량을 6배가량 늘리기 위해 당진시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부지를 매입하고 신규 공장을 설립하려 했다. 하지만 당진시가 ‘주민 수용성’ 등의 문제로 허가를 반려하며 공장 설립이 불허된 것이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전(前) 공정 중 웨이퍼에 묻은 오염 물질을 씻어내는 액체다. 지난 2019년 일본 정부가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을 트집 잡아 수출 규제를 단행한 품목 중 하나다.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과 램테크놀러지가 각고의 노력 끝에 이 소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막상 국내 생산을 늘리려 하니 지자체에서 발목이 잡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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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테크놀러지 측은 건축법과 건축 허가 신청에 위반 사항이 없고 산업단지의 장점을 활용해 공장을 건립하려고 했음에도 시민 단체 반대 등을 이유로 허가를 반려한 당진시의 결정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소재 국산화’를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막상 공장 설립을 둘러싼 갈등에는 손을 놓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정부의 K반도체 전략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재 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한 반도체 업체 대표는 “정부에서 그토록 K반도체를 강조했는데 막상 사업을 하려 하면 각종 규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으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패권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소재와 장비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갈등 중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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