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가계 부채 억제 정책 시행 이후 대출금리를 예금 금리보다 ‘빠르게, 많이’ 올리는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대출 조이기와 금리 인상 시기에 나타나는 은행들의 ‘구태 영업’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변동금리)은 3일 기준 최고 4.3%로 석 달 만에 0.42~0.45%포인트 급등했다.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는 같은 기간 0.13%포인트 올랐는데 4배나 더 높게 대출금리를 책정해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이달 초부터 전세 대출 금리까지 올리기 시작했다. 신용 대출 금리 인상 속도는 더 빠르다. 반면 수신 금리 인상은 거북이걸음이다. 7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 금리(신규 취급액)는 0.97%로 1년 새 0.15%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예적금 금리를 조금 올린다지만 1% 남짓에 불과하다.
예대 금리 조정으로 이익을 남기는 것은 금융회사의 기초 전략으로 이를 마냥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식으로 기준금리 인상 때는 대출금리를 더 높이고 하락 때는 수신 금리를 더 낮추는 악습을 이어왔다. 그나마 경기 활황 때는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터널에서도 은행이 나쁜 습성을 보이는 것은 ‘비 오는데 우산을 빼앗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금리 차익에 의존하는 천수답 경영을 계속하니 정권 실력자들이 은행을 만만하게 보고 ‘낙하산 인사’를 궁리하는 것이다.
은행권은 여수신 전략 전반을 점검하고 자체적으로 금리를 조정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비난 여론에 정치권과 당국이 개입하고 은행이 이에 등 떠밀려 금리를 조정하는 순간 ‘정치·관치 금융’의 악순환 구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제는 우물 안에서 벗어나 자산 운용 등의 진화한 기법으로 해외 무대에서 경쟁하는 금융회사로 거듭날 때가 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