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꼼수 개악’ 시도 그만하고 언론재갈법 철회하라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문제 조항을 일부 삭제·수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17일 언론법 개정안의 ‘허위·조작 보도 정의’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특칙(제30조 2)’을 ‘법원은 언론 등의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은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한다’라고 수정했다. 이는 얼핏 허위·조작 보도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그동안의 비판을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라는 더 추상적인 문구를 넣어 징벌적 손해배상의 범위만 넓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액도 ‘5,000만 원 또는 손해액의 3배 이내의 배상액 중 높은 금액’으로 수정해 제시했다. 이 역시 손배액 상한을 기존 5배에서 3배로 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한선을 5,000만 원으로 못 박아 배상액을 외려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은 기사의 ‘열람차단청구권’은 유지한 채 적용 범위만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라는 표현이 모호한 데다 근본적으로 사전 검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도입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열람 차단 여부를 판단할 언론중재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친여 성향의 인사들로 채울 수 있도록 한 부분을 그대로 둔 것도 문제다. 언론중재위가 편향적으로 구성된다면 정권의 입맛대로 뉴스를 취사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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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그나마 언론법 개정안을 일부 손질하려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마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어 입법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당의 수정안에 대해 ‘꼼수 개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개정안 자체가 근본적인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앞으로 ‘민주주의’를 외치려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게 아니라 ‘언론재갈법’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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