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이후 네 번째 명절이 지났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부모님과 형제들이 모처럼 함께하면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여느 때보다 높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 200여일 만에 1차 접종률은 70%를 넘어섰고 ‘위드 코로나’ 방역체계로 전환이 눈 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그만큼 백신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곳곳에서 백신 접종 후 심각한 이상반응을 호소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는 성토장이 됐다. 이런 글을 볼 때면 나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불안함에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우리가 그동안 간과해온 것 중에 하나가 코로나 백신의 안전성이다. 대부분의 백신이 수년 간의 임상시험을 거쳐 나오는데 반해 코로나19 백신은 수만 명을 대상으로 고작 2~3개월의 임상기간을 거쳐 나왔다. 각국이 백신이 ‘완벽한 방패’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유례 없는 팬데믹 상황을 이겨낼 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기조도 백신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부는 백신 부작용에 대해 폭넓게 인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보상에 인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를 믿고 백신을 맞아달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호소가 지나간 자리에는,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이상반응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쏟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마음 놓고 백신을 맞으려 하겠는가.
정부는 백신 접종률이 곧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고 말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가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은 전 국민의 백신 접종이다. 하지만 아직 위드 코로나 시대를 장담할 상황은 아니다. 백신 접종률이 정체될 경우 일부 비접종자를 중심으로 더 강력한 변이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백신을 맞아 집단면역에 도달하지 않는 한 코로나19는 계속 우리의 삶을 괴롭힐 것이다.
정부는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려가며 접종률을 높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백신 거부에 대한 해법은 인센티브나 의무화가 아니다. 백신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백신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사후 관리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만이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다.
설득이란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국가가 백신 거부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이들에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위드 코로나로 가는 튼튼한 징검다리가 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