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화가로 활동 중인 조영남(76)이 “100% 본인의 노력으로 작업한” 화투, 초가집, 태극기 등 그림 35점을 개인전을 통해 선보인다.
서울 종로구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에서 오는 10월 6일 개막하는 전시 ‘조영남입니다’를 통해서다. 장은선갤러리는 1995년 첫 전시를 시작한 중진 화랑으로, 지난 2019년 인사동 시대를 마감하고 창덕궁 건너편 운니동으로 이전했다.
장은선갤러리 측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중음악가이며 한국적인 그림을 그리는 조영남은 화투, 바둑판, 소쿠리와 같은 소재로 다양한 작업을 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면서 “화면은 강한 구성적 패턴을 지니고 있으며, 오브제성이 강한 회화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영남은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자화상, 화투 비광(光) 속 인물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은 작품 등으로 예술가적 정체성을 그림에 투영했다. 둥근 백자 항아리에 여러 장의 화투가 꽃처럼 피어오른 대표작 ‘화투그림’ 등도 출품했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소쿠리를 소재로 그리움의 정서를 함축한 초가집,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 형상 등을 표현하기도 했다.
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에 대해 “한층 더 진지한 조영남의 작품세계”를 강조했다. 장은선 대표는 “조영남이 화가로서 본격적인 그림제작에 몰입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 체류 시기인 1970년대 중반이며, 이 시기 1976년의 연보에는 ‘향수 달래기 겸, 취미 겸, 유화에 손을 댐. 본업이어야 할 음악이나 신학보다 훨씬 강도 높은 열정으로 미술 작업에 고군분투’라고 적혀있다”면서 “이후 1980년대에서 90년대에는 태극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 나오다가 곧이어 바둑판 시리즈와 화면에 소쿠리, 노끈과 같은 입체적인 오브제를 꼴라쥬하는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 대표는 “조영남의 작품은 한국인의 정서를 반영하며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미지 및 정서로 시각적인 이해를 높인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적인 친근감만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련의 작업 과정에서 가수가 심심풀이로 그림을 그리는 차원이 아님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영남은 장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논란과 화제였던 ‘미술작품 대작 사건 재판’과 관련해 “3심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되었는데 그 재판 때 양해를 얻고 ‘이것은 나의 행위 미술입니다’라고 선포했으면 미술사에 쭉 남는 건데 그렇게 못해서 후회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조영남은 6년간 이어진 재판 동안 “그림을 더 열심히 그렸고 불교에 관한 새 노래 20곡도 제작했다”면서 “시간이 많이 남아 현대미술에 관해 쉽게 풀어 쓴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과 ‘시인 이상(李箱)과 5인의 아해들’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10월30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