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4+1’ 형태로 유통 자회사 통합을 추진한다. 농협유통이 농협충북유통·농협대전유통·농협부산경남유통을 흡수해 통합 법인을 출범시키고 농협하나로유통을 별도 운영하는 형태다. 다만 모회사인 농협경제지주가 농산물 구매권을 갖는 것을 두고 유통 4사 노조가 반발하고 있어 양측은 협의체를 만들어 추가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26일 농협 등에 따르면 농협유통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농협충북유통·농협대전유통·농협부산경남유통을 흡수 합병하기로 의결했다. 농협유통 측은 “농협 내 4개의 소매유통 판매 회사가 분리 운영됨에 따라 중복 비용 등 경영 비효율이 발생했고 유통 환경 변화 등으로 법인별 경영 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해 경영 혁신이 필요해졌다”고 합병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유통 자회사인 농협하나로유통은 인적 분할 방식으로 농협경제지주에 흡수 합병된다. 이에 따라 농협은 4사 통합 법인을 ‘일반 유통 업체에 대응한 판매전문회사’로, 농협하나로유통은 ‘공공유형유통센터 운영 중심의 판매전문회사’로 운영하기로 했다.
농협 유통사 통합의 핵심 쟁점은 누가 구매권을 갖느냐다. 통합 이전에는 농협경제지주가 농산물 구매권을, 농협하나로유통이 가공·생필품 구매권을, 농협유통이 축·수산물 구매권을 나눠 갖고 있었다. 농협은 이번 통합 과정에서 경제지주가 모든 구매권을 가져가고 통합 법인은 판매에만 주력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유통 4사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4사 노조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사상 첫 파업까지 예고하자 농협은 통합 법인에 축·수산물 구매권을 남겨두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통합구매제도개선협의체를 만들어 노조와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경제지주가 농산물 통합 구매권을 갖는 것은 소비자와 농민 모두에게 손해라는 것이 유통 4사 노조 측의 주장이다. 유통 4사 노조 관계자는 “비교적 품질이 균일한 공산품과 달리 농산물의 품질은 천차만별이지만 하나의 조직에서 많은 물량을 취급하다 보면 평균가 위주의 구매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좋은 상품은 농협에 들어가면 오히려 손해를 보니 농협이 받는 농산물의 품질은 하향 평준화되고 가격은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4사 노조는 일부 농수산물과 가공·생필품의 자체 구매권을 요구하고 있다.
농협은 오는 11월 1일 통합 법인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매권 문제를 비롯해 회사별 급여와 시스템 통합 등 실무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11월 1일이 합병 기일이지만 출범이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농협 내 5개 유통 자회사가 운영되면서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발간한 ‘농협 경제사업활성화 평가’에 따르면 농협하나로유통을 제외한 유통 4사의 매출은 2015년 1조 9,955억 원에서 2019년 1조 8,314억 원으로 1,641억 원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2015년 141억 원에서 2019년 16억 원으로 125억 원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