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9 to 6' 공식 깨진지 오랜데…유연근로·해고 여전히 어려워

[구시대 유물법 이제는 바꿔야]

<하> 70년째 대못 박힌 노동법

1953년 제정 '공장 노동법' 한계

플랫폼 등 변화된 환경 반영 못해

해고 막히고 쟁의시 대체근로 금지

韓 파업손실일수 日의 193배 달해

주 52시간제 등 근로시간 경직성↑

기업 인건비 부담에 경영난 가중





“(1950~1960년대는) 같이 출근해 쉬고 밥 먹고 퇴근해야 계획대로 공장이 돌아가지 않았습니까. (기업과 근로자에게) 자율과 책임을 부여한 현재도 우리는 지난 1960년대식 타율로 움직이는 (산업 시대) ‘공장법’에 갇혀 있습니다.”(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1953년 제정된 노동법을 ‘공장 시대 노동법’이라고 부른다. 우리 경제개발 초기인 1960년대 노동 착취를 막기 위해 공장 같은 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시간과 임금을 주로 규율했기 때문이다. 국내 노동법은 사실상 ‘9 투(to) 6’ 근로가 사라지는 등 시공간의 경계가 무너진 현재의 노동과 노동자를 아우르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행 노동법은 한국전쟁기인 1953년 태동했다. 1960년대 노동자는 옷과 신발·가발을 만드는 허름한 공장에서 하루 14시간 일했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은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하지만 1987년 노동자 대투쟁과 민주화 선언으로 개헌이 이뤄진 후 34년간 노동법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결합하면서 노동법을 산업에 맞게 고치는 것은 기업을 편드는 일이라며 사실상 죄악시됐기 때문이다.



결국 현행 노동법은 바뀐 노동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공장 생산 비중이 줄고 대체할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자 공장법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 근로기준법 제2조 1항은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근로를 제공해야 휴가·퇴직금 등 근로자로서 법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한 사업장에서 계약을 맺지 않고 일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배달라이더 같은 플랫폼 노동자도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특고에 고용 보험 가입을 확대 적용하는 보완 대책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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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노사 갈등은 대화로 풀지 못하고 파업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2019년 임금 근로자 1,000명당 파업으로 인한 근로 손실 일수는 한국이 38.7일로 일본의 193.5배다. 경영계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근로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과 성과를 위해 필요한 평가 중 하나는 노동 유연성인데 해고는 금기시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24조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해고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긴박한 경영은 사업의 양도·인수·합병으로 명시했지만 전제 조건이 따라붙는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모호한 전제가 규정됐다. 사용자의 노력을 두고 해고 때마다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노조법 43조의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전면 금지 조항도 비판을 받고 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밖에 없다”며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부산의 한 기업에서 일어난 파업 탓에 들어온 거북선·금속활자 같은 제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현행 노동법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근로시간 활용의 경직성이다. 근로기준법 50조는 한 주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하루 근로시간도 8시간을 넘을 수 없다고 규정했다. 여기에 주 40시간에 연장 근로 12시간을 더한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7월부터 5~49인 기업도 확대적용)되자 경직된 근로시간의 한계가 더 부각됐다.

정부는 탄력·선택·재량 근로제 등 유연근로제를 통해 기업에 부족한 근로시간을 보충하라는 입장이다.하지만 경영계와 학계 모두 해외나 기업 현실에 비하면 보완책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체 기업의 90%가 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시·일·월·연 단위로 근무시간 시스템을 세분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은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이 여전하다. 이런 우려는 뿌리 기업뿐 아니라 연구개발 분야와 소프트웨어 같은 미래 산업에서도 터져나온다. 획일적인 근로와 시간을 정한 현행 노동법은 장기간 근로를 막아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법의 목적과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박지순 원장은 “외국은 (우리와 달리) 1년 단위로 탄력·선택 근로제가 이뤄지는데 근로시간의 권한을 사업장과 근로자에게 넘겨준 것”이라며 “기업과 노동자에게 시간 주권을 주는 방식으로 합당한 보상과 휴식을 보장하는 게 앞으로의 노동 규범”이라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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