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신호등 연정






지난 2016년 3월 독일 남서부 라인란트팔츠 주 의회 선거에서 집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31.8%의 득표율을 기록해 36.4%를 얻은 사회민주당(SPD)에 패배했다. 사민당은 기민·기사당 연합과의 연정을 포기하고 녹색당과 자유민주당을 끌어들여 이른바 ‘신호등 연정(聯政)’을 구성했다. 세 당을 상징하는 색깔이 빨강(사민당), 초록(녹색당), 노랑(자민당)인 신호등 색깔과 같다며 붙여진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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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사민당이 25.7%의 득표율로 기민·기사당 연합(24.1%)을 1.6%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사민당은 집권을 위해 최소 2개 정당과 손잡아야 한다며 신호등 연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사민당 총리 후보인 올라프 숄츠는 “정권 교체를 원하는 유권자의 뜻을 받들어 녹색당·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하는 협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3개 정당이 뭉칠 경우 사민당의 206석과 녹색당(118석), 자민당(92석)을 합해 모두 416석으로 전체 의석(735석)의 과반을 확보하게 된다. 사민당이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검정색을 쓰는 기민·기사당 연합과 녹색당·자민당의 ‘자메이카 연정’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세 정당의 상징 색 조합이 중남미 자메이카 국기 색깔과 유사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독일은 1953년 기민·기사당 연합과 자민당 등 4개 정당의 연정 이후 줄곧 2개 정당만의 연합 정부를 구성해왔다. 기민·기사당 연합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2017년 연정 출범을 놓고 진통을 거듭하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중재에 힘입어 사민당과 막판 대연정에 합의했다. 독일의 연정 주체들은 3~5개월의 치열한 협상을 거쳐 수백 쪽 분량의 연정 합의문을 발표한다. 이를 통해 견제와 균형·타협의 정신으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낸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총리 추천권 등을 야당에 이양하는 방식의 ‘대연정’을 제안한 적이 있으나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연정 성사 여부를 떠나 상생과 타협의 의회 민주주의 정치가 뿌리 내리려면 여당부터 오기와 위선·분열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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