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8일 발표되는 9월 고용지표가 긍정적일 경우 미국 통화 당국이 1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9월 고용 발표가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곧 테이퍼링을 위한 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27일(이하 현지 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례 회의에서 “9월 고용 보고서에 경제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정보가 다 담기지 못했을 수 있지만 고용 진전이 계속되면 (테이퍼링 실시를 위한) 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8월 말 기준 고용 인원은 코로나19 이전보다 500만 명 부족하다”면서도 “노동 참여율이 저조하지만 이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따른 것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일터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의중을 가장 잘 읽는다고 평가되는 브레이너드 이사의 이런 발언은 테이퍼링 실시 시기를 가늠할 리트머스시험지가 9월 고용 보고서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고용을 언급하며 자산 매입 축소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총재는 “미국 경제가 최대 고용 달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은) 자산 매입 속도 조절이 곧 정당화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 출석을 하루 앞둔 이날 서면 제출 의견서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크고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가 코로나19의 여파에서 회복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하고 일부 분야에서는 공급망 차질에 따른 영향이 더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아무래도 테이퍼링을 조기에 마무리하는 것이 정책 운영의 여지를 넓히는 데 유리하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유력 인사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연준의 테이퍼링 움직임이 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연준이 11월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긴축 로드맵을 공개하며 곧바로 테이퍼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견해가 여전하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은 총재는 NABE 연설에서 “2023년과 2024년에 물가가 너무 높을 가능성보다는 충분한 물가 상승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이 더 걱정스럽다”며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를 평균 2%로 고정하려면 경기 확장 단계에서 합리적으로 인플레이션을 2% 이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도 “5월과 6월의 물가 상승은 공급 병목 현상 때문으로 7월에는 (공급 병목 부문의) 물가 상승 기여도가 감소했고 8월은 호텔과 렌터카 같은 민감 부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따라서 코로나19가 사라지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코로나19 이전의 인플레이션 역학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9월 FOMC에서 내년 금리 인상을 점친 연준 위원이 18명 중 9명이나 됐음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러운 견해를 견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