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을 체포하는 경찰이나 피의자를 신문하는 검사, 판결을 선고하는 판사는 영화 속 단골 소재다. 반면 형이 확정된 이후 어떻게 집행되는 지는 그리 조명받지 못한 분야다. 피고인이 확정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해 도주하거나 벌금 납입을 거부할 시 이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검찰청 형집행 수사관들이다.
28일 서울경제가 부산지검 서부지청에서 만난 권성규 팀장은 ‘형집행’ 분야의 최고 베테랑으로 꼽힌다. 재산형 집행을 맡은 이후 지난 4년 간 그의 손을 거쳐 검거된 인원은 932명으로 집행된 금액만도 92억여원에 달한다. 권 팀장이 지난 1월 최종 후보자 11명 가운데 최고 성적을 받아 대검찰청으로부터 ‘재산형 집행 분야’ 전문수사관으로 인증 받은 이유다.
권 팀장은 “벌금형과 징역형 모두 확정된 후로는 검찰청 집행과에서 맡게 된다”며 “자유형집행 담당 수사관, 재산형집행 담당 수사관이 형의 사실상 최종 종결자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일 동안 잠복근무를 하거나 체포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범인이 알아채지 못하게 움직여 검거하는 게 핵심이다 보니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확정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을 마주하다보니, 수사 과정도 ‘가시밭길’이 대부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권 팀장은 전기톱과 망치로 수사관들을 위협하던 고액 미납자를 설득하거나 전직 복싱선수와 200미터 가량 추격전을 벌여 제압하기도 했다. 부산-서울-제천 총 850km가량을 운전하며 잠복근무를 반복했던 것도 그가 현장에서 겪은 일이다. 지난 2000년에는 창원지검 주임으로 근무하며 필리핀으로 도주한 70억대 횡령범을 체포해 교도소 노역에 유치하는 일에 일조하기도 했다.
권 팀장은 “경험상 자신의 판결에 승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며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공부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범인의 위치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기 위한 통화내역 분석,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을 할 수 있는 긴급자동차 운전법, 차명으로 세탁한 돈을 추적하는 방법 등은 기본소양이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 술, 담배를 안하는 것은 물론 주말이면 자전거 타기와 등산을 거르지 않는 것도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권 팀장은 후배들에게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정창님과 집행과장님의 배려, 함께 고생한 팀원들의 노고를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기도 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그는 검찰 내부망에도 재산형집행 관련 전문지식을 총 43회 작성했으며, 그가 저술한 ‘재산형집행 길라잡이’ 전문 책자는 일선 청에 배포된 상태다.
권 팀장은 형을 집행하는 일이 항상 마음이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평소 국고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일하지만 가끔 벌금을 낼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며 "최근 코로나19로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대검찰청에서 이런 분들을 위해 분납, 납부연기, 사회봉사 확대 등을 시행하고 있으니 많이 활용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