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Law & Scene]선명한 아동학대 흔적…놓치지 않은 의사의 ‘눈’

<2> 포착→신고→체포로 이어진 아동학대처벌법

응급실 아이 멍 확인후 곧장 신고

경찰, 아동학대 수배자 현장 체포

피해 아동 조기 구제 가능하지만

법 강화에도 실제 기소 많지 않아

"수사 전문성 키우는 노력 필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출처=tvN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출처=tvN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율제병원 응급실. 안정원(유연석 분) 소아외과 조교수는 초등학생 재형이 상처를 보자마자 “장겨울(신현빈 분) 선생, 경찰에 신고해요”라고 외쳤다. 응급 후송된 재형이 상처가 교통사고 때문이라기보다는 아동학대에 의한 것으로 의심됐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교통사고라면 멍이 이렇게 들지 않는다”며 “오래 전 맞은 건 멍이 옅고, 색이 선명한 건 최근에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등에까지 멍투성이인 걸 보면, 아빠가 아주 상습범”이라며 신고를 재촉했다. “재형이 형도 팔이 부러져서 왔는데, 엑스레이(X-ray)상으로는 갈비뼈도 부러졌다”는 레지던트의 말에 의심은 한층 깊어졌다.



이윽고 경찰이 도착했으나, 재훈·재형 형제의 아버지는 “내 애다. 10분 만에 본 저 사람이 어떻게 아느냐”며 아동학대를 전면 부인했다. 또 “그렇게 억울하면 경찰서에 가서 이야기하자”는 경찰의 말도 거절했다. 하지만 형제에게 발견된 다수의 골절 흔적에 경찰이 곧장 범죄 조회를 했고, 재훈·재형 형제의 아버지는 ‘아동학대범죄 수배범’으로 현장 체포됐다. 아이들 몸 곳곳에 난 멍과 골절 등 상처를 놓치지 않은 한 의사의 세심한 관심이 재훈·재형 형제를 아동학대라는 구렁텅이에서 구해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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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안 교수가 ‘아동학대 정황 포착→경찰 신고→체포’까지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는 근간에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자리하고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보호를 통해 아동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한다(1조)’는 취지에서 지난 2014년 1월 제정됐다. 특히 아동이 학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기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게 아동학대처벌법 10조(아동학대범죄범죄 신고 의무와 절차)다. 해당 법률에는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시·도·자치구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의사와 교사, 아이돌보미, 아동복지·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종사자, 아동복지전담 공무원, 119구급대원 등에게는 신고 의무를 부여했다. 제10조의 2(불이익조치의 금지)·제10조의3(아동학대범죄신고자 등에 대한 보호조치)에서는 신고자 보호장치도 두고 있다. 아울러 내년 1월 27일부터는 ‘신고가 있는 경우 시·도, 시·군·구 또는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즉시 조사 또는 수사에 착수’하도록 법도 바뀌었다. 자발적이고 빠른 신고는 물론 빠른 조사나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다양한 요소를 담고 있는 것이다.

처벌 수위도 높게 책정돼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에서는 아동 살해 때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중상해의 경우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습범의 경우에는 죄가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는 조항도 담고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해마다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강화 추세다. 사회적으로나 아동들이 처한 환경이 달라질 수 있는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매해 아동학대처벌법이 강화되고 있으나 현실은 드라마 속과 정반대 모습이다. 아동학대사범에 대한 신고가 해를 거듭할 수록 늘고 있으나 실제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아동학대사범 접수 건수는 7,205건으로 2016년(4,508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6월까지 7,205건의 아동학대사범 사건이 접수됐다. 반면 약식기소를 포함해 실제 재판에 넘겨지는 사건은 전체의 8.97%에 불과했다. 접수·처분 사건 100건 가운데 단 8건만 기소되는 셈이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경찰 등 수사기관의 사건 처리도 늘고 있으나 실제 처벌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정확한 수사를 위해 아동학대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오인이나 과장 신고가 늘어난 것도 실제 기소되는 사례가 적은 이유 가운데 하나”라면서도 “다만 일각에서는 전문성이 결여된 수사도 한 요인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사기관이 전문성을 키우는 한편 아동이라는 특성성을 고려해 외부 심리상담가 등과 연계하는 등 적극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376건이었던 아동학대범죄 불기소 건수는 2019년 2,404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상반기 동안 불기소 사건은 1,773건에 달했다. 또 보완 수사와 기소중지 등 기타 처분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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