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마스크 착용은 '타인을 향한 헌신'…생명윤리학 관점에서 본 코로나 펜데믹

■책꽂이-죽기는 싫으면서 천국엔 가고 싶은

에이미 거트먼·조너선 D. 모레노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코로나19가 기적처럼 한순간 사라질 것'이라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던 2020년 6월, 1만9,000석 규모의 실내 경기장에서 대규모 유세를 벌였다. 유세 참석자들은 '어떤 병이나 부상에 대해서도 트럼프 선거운동 캠프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해야 했다. 당시 미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계획도 없었고, 마스크 착용은 필수 요건이 아닌 개인의 선택 사항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미국 대통령과 몇몇 주지사들은 자발성과 자유를 강조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누구를 지지하느냐’의 정치적 문제로 만들었다. 그들은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다른 메세지를 내보내며 국민들에게 혼란을 줬고, 이 여파는 물리적 거리 두기, 선별 검사, 접촉자 추적, 양성 확진자 격리 등의 국가적인 정책에 방해는 물론 확진자 급증이라는 비상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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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죽기는 싫으면서 천국엔 가고 싶은'은 코로나19를 포함한 전염병 예방이나 백신 접종, 건강보험 등의 공중보건 이슈에서 인체·동물 실험, 장기이식, 죽음, 임신중지, 재생산 기술, 유전자공학 이슈까지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생명윤리와 보건의료의 쟁점들을 소재로 한 책이다. 저자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생명윤리학적쟁점연구대통령직속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정치학자와 철학자다.

책은 유망한 의학 연구를 추구하는 데는 필연적으로 인권, 윤리 등 다른 중요한 가치가 서로 경합한다고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마주하게 되는 기준들, 이를 테면 질병의 확산을 막는 데 필수적인 최소한의 구속만 한다는 원칙, 증명되지 않은 백신 공급을 시도할 권리, 백신 공급과 산소호흡기 배분 등의 문제는 모두 생명윤리학의 논란거리다. 이는 지도자나 사회 구성원들이 무엇을 우선 시 하느냐에 따라 쉽게 간과될 수도 있고, 악용될 수도 있는 문제다.

저자들은 팬데믹 윤리의 본질이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마음을 쓰는 집단적 헌신’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이라는 ‘알지 못하는 타인을 향한 헌신’을 요구하는 하나의 지침은 정치적 싸움의 땔감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2만2,000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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