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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징어게임' 이정재 "전세계 뜨거운 반응 '진짜 현실인가?' 싶더라고요"

'오징어게임' 이정재 / 사진=넷플릭스 제공'오징어게임' 이정재 / 사진=넷플릭스 제공




배우 이정재가 전 세계 돌풍의 중심에 섰다. 그가 주연으로 나선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 공개되자마자 신드롬을 일으키며 해외 매체들의 주목을 받고, 각종 패러디까지 양산하고 있다. 힘을 쫙 빼고 날 것의 모습을 보여준 그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 제대로 통했다.



이정재는 29일 서울경제스타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이정재는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이후 도박판을 다니다가 이혼하고, 어머니의 병원비를 위해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기훈 역을 맡았다.

‘오징어게임’은 지난 17일 공개된 이후 한국 작품 최초로 미국 오늘의 톱10 1위에 올랐다. 또 전 세계 80여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역대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정재는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일지는 몰랐다”며 “‘이게 진짜 현실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해외에 있는 친구들도 연락이 오고 있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아마도 서바이벌 게임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이전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나온 서바이벌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외국 시청자들이 보기에) 참신한 게임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예전에 한국에서 많이 했던 게임이라는 것, 또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애환들에 많이 공감하신 것 같기도 하고요. 모든 기사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게임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특히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더라고요. 여러 가지가 종합적으로 잘 어우러져 좀 더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처음 소속사를 통해 시나리오를 받았다는 이정재는 평소에 힘께 작업해 보고 싶던 황 감독의 러브콜에 기뻤다고. 그는 황 감독의 시나리오를 읽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직조돼있듯이 촘촘한 인물들의 관계에 매료됐다. 지문이 많지 않고 간단한데도 깔끔하게 설명이 돼 있는 시나리오에 감탄하면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기훈이 게임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라던가, 상황이나 심리가 정말 잘 묘사돼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합류하게 됐어요.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니 차마 이 시나리오에 담아내지 못한 것들을 영상을 통해 담은 것 같았고요. 메시지나 언어, 표현, 감정들까지 후반 작업에서 더 풍성하고 풍요롭게 만들어낸 것 같아요. 그래서 ‘황 감독님과는 꼭 작업해야겠구나. 잘 보여야겠구나' 생각했어요.”(웃음)

/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기심이 팽배한 게임장에서 기훈은 몇 안 되는 따뜻한 인물이다. 자신도 궁지에 내몰려 절박한 심정으로 게임에 참가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약자를 먼저 챙긴다. 게임장에서의 마지막 선택까지도 기훈이라서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정재는 기훈이 자신이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했던 상황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훈은 직장에서 해고당할 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도움 받지 못하고 퇴직하게 됐어요. 그 이후에 이혼도 하게 되고, 아이도 본인이 기르지 못하게 된 상황이 됐죠. 어머니가 바쁜데도 치료비가 없어서 전처한테 도움을 청하기까지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본인이 느꼈을 때 ‘저 사람이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도움을 주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게임장에서 자신이 힘에 세다거나 능력치가 좋은 사람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능력치가 더 낮아 보이는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가지 못하죠. 못 본 척하지 못하고 일남(오영수)을 도와주게 되고, 상처 입은 새벽(정호연)을 도와주게 되는 게 그런 거예요.”

한껏 망가지는 기훈의 비주얼도 인상적이다. 주로 말끔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만 보여줬던 이정재가 남루한 행색으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은 파격적이다. 엔딩 장면에서 빨간 머리로 변신한 것 또한 처음 보여주는 모습이다. 작품을 할 때 캐릭터 스타일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타입이 아니라는 그는 ‘오징어게임’에서 또한 극대화된 효과를 위해 스태프들의 아이디어를 받는 쪽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빨간 머리를 해야 하는 걸 보고 ‘꼭 이걸 해야 하나’ 싶었는데, 극한 상황을 빠져나온 기훈의 입장에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과연 다시 옛날의 기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기훈이 용기를 내 과감하게 빨간 머리를 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었죠. 감독님이 처음부터 설정한 부분이었는데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기훈의 내면도 보여줄 수 있는 강렬한 색깔이어서 변신하는 데 있어서 한 번도 ‘다르게 하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낸 적은 없어요. 대신 ‘스프레이를 해볼까. 염색을 할까. 가발을 쓸까’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촬영을 하다 보면 처음 신과 마지막 신을 순서대로 찍지 않거든요. 염색을 하게 되면 다른 신을 찍기가 어려우니까 가발을 선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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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징어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같은 한국 어린이들이 하는 놀이와 극한 상황에서 ‘줄다리기’ ‘유리 다리 건너기’ 등의 게임을 진행한다. 게임마다 특성이 다르지만 과도한 액션을 써야 하는 게임도 있다. 앞선 작품들을 촬영하면서 양쪽 어깨를 다쳤던 그는 촬영 도중 파열 부위가 벌어질까 봐 동작을 조금씩 바꾸기도 했다. 안전장치까지 모두 마련돼 있었지만 특히 ‘유리 다리 건너기’는 실제로 땀을 흘리며 긴장감 속에 촬영한 게임이다.

“구슬치기는 굉장히 잔인한 게임이죠. 2인 1조로 짝을 이뤄서 게임을 한다는 설명만 있고, 2인 1조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후반에 나오니까요. 부부가 한 팀이 되기도 하고, 도움을 준 알리(아누팜 트리파티)와 상우(박해수)도 같이 게임을 하고, 저도 친분이 있는 일남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데, 결국 상대방을 죽음으로 몰아야 하는 설정이 잔인하게 느껴졌어요. 그 게임 신은 모든 연기자들에게 감정적으로 무거운 신이 아니었나 싶어요.”

시청자들에게 역대급 신으로 꼽히고 있는 달고나 뽑기 게임은 이정재에게 가장 힘든 신이었다. 기훈이 시간 안에 살아남기 위해 달고나를 마구 핥는 것이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작은 동작으로 긴장감을 폭발시켜야 하는 신이기 때문이다.

“뭔가를 핥는 행위가 그렇게 예뻐 보이지는 않잖아요. 근데 그걸 정말 열심히 핥아야 하니까 잠깐은 ‘내가 이렇게까지 핥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기훈이 목숨을 걸고 살아야 하는 걸 표현하기에는 가장 최선의 행동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촬영할 때는 재밌게 했어요.”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면서 덩달아 화제가 되는 것도 많다. 국내에서 젠틀한 미남의 이미지인 것과는 반대로, 그를 처음 보는 해외 팬들이 지질한 캐릭터의 배우로 기억하고 있는 것도 소소한 재미로 떠올랐다. 또 이정재가 도시락을 먹는 장면에서 허공에 숟가락질을 하는 것도 옥에 티로 꼽히고 있다.

“지질한 역할이든 근사한 역할이 됐든 제 연기를 봐주시는 거라면 정말 감사할 일이에요. 재밌었던 게 어느 분이 온라인상에서 ‘이정재가 이렇게 지질한 역할만 하는 배우가 아니다’라는 걸 해명을 해주시더라고요. 제가 출연한 여러 작품의 사진을 모아서 SNS에 올려주신 게 인상 깊었어요.”

“평상시에 현장에서 먹는 신을 찍을 때 항상 그렇게 안 먹으면서 먹는 것처럼 하는 걸로 오해할까 봐 염려돼요. 사실 그렇지는 않고, 열심히 먹어요. 그런데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 신은 앞모습을 촬영할 때 워낙 먹는 걸 많이 찍으니까 뒷모습일 때 먹는 것 같은 연기를 하게 된 거예요. 후반 작업하실 때 제가 너무 열심히 먹는 것 같으니까 그걸 놓치신 것 같아요.”(웃음)

'오징어게임' 이정재 / 사진=넷플릭스 제공'오징어게임' 이정재 / 사진=넷플릭스 제공


전 세계 팬들은 벌써부터 시즌2를 기대하고 있다. 시즌2를 암시하는 듯한 엔딩 때문에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기도 하다. 촬영할 때도 ‘시즌2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준비하셔야죠?’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로 많은 배우들 역시 시즌2를 바라기도 했다.

“아직 시즌2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감독님이 어떤 또 다른 아이디어로 할지 전혀 몰라요. 기훈이 과연 진짜 그 게임장으로 다시 들어갈지, 아니면 그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서 응징을 할지도 전혀 모르겠어요. 당연히 시즌2에서 제가 필요하다면 재밌게 해야죠.”(웃음)

이정재에게 ‘오징어게임’은 이상향에 부합하는 작품이다. 매번 소중하지 않았던 작품은 없지만, 시청자들이 작품을 만든 의미와 진정성을 알아줬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오징어게임’은 큰 흥행과 더불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와 재미까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이 돼 만족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앞으로 ‘오징어게임’으로 인해서 ‘내가 뭘 어떻게 하겠다’라는 큰 계획은 없어요. 좋은 감독님, 스태프들과 호흡이 잘 맞았던 출연자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을 뿐이에요. 조금 더 기대를 한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나올 K-영화, 드라마가 좀 더 많은 다양한 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추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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