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중공업 2야드 8도크에 있던 배작업을 마친 근로자들은 휴게공간으로 가려면 폭 약 4m 길을 건너야 한다. 이 곳은 오토바이, 작업 차량, 지게차, 건설기게차량이 수시로 오간다. 하지만 보행자와 차량의 충돌을 방지할 조치가 없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누구나 언제 충돌할지 모르는 위험한 길을 건너야 (작업자들은) 짧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위험한 길'을 건너던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 A씨가 지난달 30일 오후 3시 14톤 굴착기 바퀴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금속노조는 1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A씨의 사고는 현대중공업의 과실이라고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속노조 설명에 따르면 굴착기와 같은 건설기계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유도자를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A씨가 사고를 당했을 당시 현장에는 유도자가 없었다. 노조 관계자는 "당일 작업지시서에는 위험요인에 대해 '미끄러짐'만 표시됐다"며 "작업지시서는 예측되는 모든 위험을 써야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해당 굴착기가 작업을 종료하고 다른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일 이 경우라면 현장에 유도자 배치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인명사고에 대해 사측의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올해 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잇따르자 고용부는 5월 현대중공업에 대한 특별안전감독을 실시했다. 한 달 뒤 검찰은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과 하청업체 대표 등 18명을 그동안 산재 사망사고 5건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두 달 뒤 또다시 노동자가 철제 슬레이트 교체작업을 하다가 25m 아래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당시 노조는 "철제슬레이트 아래 얇은 베니어합판이 추락을 막지 못했고, 추락방지망도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