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30일 신형 반항공(지대공)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통신연락선을 10월 초 복원하겠다고 밝힌 날 다른 한편에서는 기습적으로 미사일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규모 연합상륙작전 훈련을 통해 맞불을 놓으면서도 또다시 ‘종전 선언 제안’을 언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국방과학원이 9월 30일 새로 개발한 반항공 미사일의 종합적 전투 성능과 함께 발사대·탐지기·전투종합지휘차의 운용 실용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험 발사는 박정천 당 비서가 국방과학부 부문 간부들과 함께 참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참모본부 등 한미 당국은 당시 상황을 예의 주시했으며 해당 미사일과 관련해 추가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판 미사일방어망 고도화
북한의 신형 미사일에 대한 정확한 구체적 제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이 올해 1월 노동당 제 8차 대회를 기념해 개최한 열병식에서 신형 지대공미사일 차량을 선보였는데 해당 미사일을 이번에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7년 5월 28일 열병식에서 신형 지대공미사일 북한명 ‘번개 5호(서방 명칭 KN-06)’를 공개했는데 이는 러시아 지대공미사일 ‘S-300’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신형 반항공 미사일이 번개 5호의 사거리를 연장한 개량형일 개연성도 있다. 혹은 북한이 러시아 S-300보다 성능이 좋은 ‘S-400’ 미사일을 기반으로 ‘번개-6’미사일을 개발해 시험 발사한 것이라는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의 분석도 제기된다. 일부 소식통은 S-300에 필적하는 중국의 지대공미사일 ‘훙치-9(HQ-9)’ 기술이 응용됐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 노림수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한미 연합의 대북 정책에 혼란을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한 당국자는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어제(9월 30일) 남북 통신연락선을 10월 초에 복원하겠다고 해 한미 정부로 하여금 북한과의 대화 회복이나 비핵화 협상 여건 조성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면서 다른 한편에서서는 미사일을 쏘아 한미의 군사·안보정책 기조를 떠보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와 반대로 한미동맹은 물론 한미일 삼각공조까지도 한층 결속되는 분위기다. 한미일 3국 국방 고위당국자들은 1일 저녁 8시 유선협의를 갖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군사적으로는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도발 징후시 한미가 선제 공격인 ‘전략적 표적 타격(킬체인)’을 하기 어렵도록 견제하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군의 한 당국자는 “북한은 공군력이 열악해 유사시 한미가 스텔스 전투기(F-35)나 각종 탄도·순항미사일로 압박해오면 이를 공중전으로 방어하기 어렵다”며 “그래서 지대공미사일망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이번 신형 반항공 미사일이 S-300 수준이라면 한미가 보유한 F-35 스텔스 전투기나 우리 군의 현무 계열 순항·탄도미사일로 무력화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의 신형 패트리엇(PAC-3)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버금가는 제원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S-400급 수준을 구현하는 것이라면 유사시 스텔스기 등을 활용한 대북 참수작전 등의 실행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북한 감싸는 韓정부
이런 가운데 해병대는 이날 경북 포항에서 국군의날을 기념해 1개 사단 규모의 대규모 연합상륙작전 훈련을 벌였다. 문 대통령은 해당 행사에 참석해 국군의날 기념사를 통해 “우리의 든든한 안보 태세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신뢰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종전 선언과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국제사회에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날 분석자료를 통해 “남북 간에 군비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중략)…종전 선언을 해도 무슨 의미가 있을지 한국 정부의 냉정한 판단이 아쉬운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역시 방미 중이던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미북 회담 교착 상태를 미사일과 핵 능력 향상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북한에 대해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보다 세부적인 인센티브를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제안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0일 보도했다. 이는 자칫 한국이 미사일 도발에도 북한을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