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통령이 쏘아올린 '개고기 논란'…이제는 '법 사각지대' 벗어날 때

文 대통령, 관계부처에 개 식용 금지 검토 지시

육견업계 "보상 대책 먼저 마련해야 한다" 반발

경기도 개농장 절반은 폐업했거나 폐업 고려 중

개 도살·유통 불법이지만 금지·처벌 조항은 없어

명확한 관리 방안과 종사자 출구전략 마련 시급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 관련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발언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제공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 관련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발언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제공




한국 사회의 오래된 난제, '개 식용 논란'이 다시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례회동 중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하며 관계 부처 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개를 도살·유통할 수 있는 근거는 없지만 명확한 금지·처벌 조항은 없어 개 식용은 수십년째 제도의 사각지대다. 이제는 단순 찬반 논쟁을 넘어 개 식용 관리 및 규제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발언 이후 동물단체와 육견업계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45개 동물단체는 지난달 28일 광화문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 환영하며 실질적인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소수의 개 농장 주인을 위해 많은 국민의 염원인 개 식용 금지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은 여러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개 식용 금지는) 인간의 기본권인 먹거리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동물단체와 육견업계의 주장에 접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육견업계 관계자들이 개 식용 금지를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환로 전국육견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개를 기르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며 "동물단체와 갈등이 심해지면서 2016년부터 관계부처를 여러 차례 찾아가 '정부 결정으로 폐업을 하게 될 시 손해 보상을 해주고 다른 축종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면 기르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지금까지 (정부에선) 제대로 된 대책 하나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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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지난해 1월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개 식용 합법화 주장 기자회견'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지난해 1월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개 식용 합법화 주장 기자회견'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실제로 개 식용 시장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전국육견인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개농장은 2018년 2,300개였지만 올해 8월 기준 1,500개로 줄어들었다. 폐업을 고려하는 농장도 상당수다. 동물단체 카라가 지난해 경기도 개농장 916곳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미 페업했거나 폐업을 고려 중인 농장이 414곳으로 45.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이미 많은 농장주도 (개 농장 사업의) 출구를 찾고 있다"며 "개 농장이 사실은 불법이라는 것, 개 식용이 사양산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의 논의는 개 식용을 어떤 방식으로 규제하고 업종을 전환하는 농장주들을 어떻게 지원할지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개 식용은 '불법'과 '비법'의 모호한 경계에 놓여 있다. 식품위생법상 식품원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동물, 축산물위생관리법상 도살물 대상 동물에 개가 없어 개를 도살·유통하는 것은 엄밀히 불법이지만 명확한 금지·처벌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개·고양이 도살과 식용 판매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시 형사처벌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발의했다. 개 식용 금지로 인해 페업하거나 업종 전환을 할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법안이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터라 국회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된다. 동물단체는 '빠른 처리'를, 육견단체는 '적극적인 의견 수렴'을 요구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개가 비위생적으로 도살되고 유통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며 "개 농장을 느리게 폐업할수록 보상 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보상 대책을 세워 개 농장을 빠르게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 사무총장은 "식용견을 기르고 살아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식용견 금지를 할 것이라면) 생업에 지장이 있는 이해당사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원만하게 문제가 해결될지를 먼저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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