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남북통신선 55일만에 또 복원됐지만…"한미간 동상이몽 더 심화될수도"

北 '제재완화' 등 선결조건 문제

"文정부 관계개선 향해 과속하면

韓이 미국 압박하는 양상 될 것"

북한이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한 4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관계자가 개시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북한이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한 4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관계자가 개시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4일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반발해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남북 통신연락선을 55일 만에 다시 가동했다. 다만 북한에서 한국과 미국이 사실상 수용하기 어려운 적대 정책 철회, 제재 완화 등을 선결 조건으로 재차 강조한 만큼 남북 관계가 급격히 개선되는 데는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시 통화가 이뤄지면서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고 알렸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한반도 정세 안정과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며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 남북 합의 이행 등 남북 관계 회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하고 이를 진전시켜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역시 “남북 군사 당국은 오전 9시부로 동·서해지구 군 통신연락선을 완전 복구해 모든 기능을 정상화했다”며 “광케이블을 통한 남북 군사 당국 간 유선 통화, 문서 교환용 팩스 송수신 등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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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연락선은 일단 복구됐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달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설 등을 통해 미국의 적대 정책과 이중 기준 철회를 남북·북미 대화의 선제 조건으로 수차례 강조했다. 미국과 남측의 미사일 발사는 ‘억지력’이고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는 ‘도발’로 규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또 미국에 대한 대북 제재 완화 설득의 공을 남한에 넘기는 듯한 태도도 취했다. 북한은 이날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면서 “남조선(남한) 당국은 북남 통신연락선의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고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는 데 선결돼야 할 ‘중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7월 27일에는 통신연락선 재개 사실을 북한과 동시에 발표했던 청와대는 이번에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북한의 가볍지 않은 요구 사항에 전보다 더 신중한 자세를 취한 것이다. 현재 미국과 국제사회는 표면적으로 ‘조건 없는 대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국의 미사일 발사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지 않고 있다. 제재 완화에 대한 시각도 북한 당국보다 훨씬 보수적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이번 통신연락선 복원을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남북 관계 개선을 향해 과속으로 달리면 한국이 미국을 압박하는 양상이 될 수 있다”며 “정부의 ‘북측 통행’이 향후 미중 갈등과 맞물리면서 한미 간 동상이몽이 점점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남한 대선 정국에서 밀고 당기기를 통한 영향력 행사에, 중장기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 및 다음 정부와의 관계 형성에 있어 주도적 지형 확보를 위한 장정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화와 군사행동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을 새 표준으로 고착시키려는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3일 독일에서 “남북이 대화와 협력을 위해 서로의 진전을 위한 합의를 이루고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베이징 올림픽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연내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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